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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たぬぷーは隠居中

작가 : たぬぷーは隠居中

작가 : たぬぷーは隠居中










고등학교 시절, 책상 위에 보낸 사람의 이름을 적지 않은 러브레터가 놓여있던 적이 있었다. 심플한 연분홍색 봉투는 얌전히 책상의 가장자리에 머물러, 누름돌 취급받은 금색 포장지의 초콜릿이 이상하게도 눈부신데도, 그럼에도 이상하게 무척이나 마음이 아파와 기억이 난다.


받은 편지는 정중하게 되돌려준다. 받아줄 수 없는, 마음이 담긴 그것을 딱잘라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평생 소중히 보관할 수도 없어, 봉투에 흘러넘친 눈물이, 짙은 얼룩을 남긴 걸 수번을 보았다.

심플한 봉투는, 담은 내용물도 심플해서. 무늬도 없이 선뿐인 봉투와 같은 색의 편지지. 검은색 볼펜으로 마음을 담은 글이 쓰여있었다.


이름 쓰기를 잊은 건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이름을 쓸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야 그건, 마음을 전하는 편지조차도, 에리와 사귀어달라는 것도 아닌, 그저 뉘우침에 불과했으니까.


한마디, 좋아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라는 것이 적힌 편지만이 본인에게 돌려주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낸 이의 마음을 업신여기는 것만 같아서 버리지 못하고, 졸업한 지금도 책상 위에 얌전히 머무른다.


대학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었다. 세상이 넓은 걸 알게 될 정도로, 엄청난 수의 새로운 것들에 둘러싸였다. 고등학교에서는 유명인이었을지라도, 새롭고도 넓은 이 세상에서는 에리도 평범한 한 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책상 위에 버리지 못한 편지는 어쩌면, 에리가 특별했던 증거이기도 했다.


빛바래지 않는 추억은 없다고, 지독히도 빛나는 추억을 가져버린 탓에 알아버렸다.


「학창시절, 학업 외에 힘써온 활동」


나는 대학에 들어와서 무엇을 했는가. 알바를 하고, 과제에 쫓기고, 동아리 회식에서 잔뜩 마셔 취하고…평범한 대학생, 지독히도 무개성한 삼년간.


너희들이 있다면 바뀔까?라니, 도망치듯 빛바랜 추억에 물어봐도, 멈춰버린 채의 미소는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다. 삼년을 함께한, 독특한 사투리도 상냥한 미소도 떠오른 채 침묵을.


만나고 싶어,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어.


변했구나, 라는 말을 듣는 게 무섭다. 변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만, 지금의 에리가 그 시절보다 좋은 쪽으로 변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연락이 점점 줄어들고, 아예 오지 않게 되고서야 줄어갔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렇게 보내오던 메일은, 이제 한통도 오지 않는다. 이쪽에서 보내는 일조차 없다.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 이쪽에서 걸지도 않는다.


왜 메일을 안 보내? 왜 전화 안 걸어? 그야, 그렇잖아, 노조미는 나를, 좋아하면서.





.





진로희망조사, 라고 적힌 종이에 이름을 썼다. 진학에 둥글게 표시하고, 대학 이름을 정성스레 적는다.

저편의 노조미는, 등받이를 앞으로 돌려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었다. 들춰진 스커트는, 평소 보이지 않던 허벅지를 감추지 못했다. 희고 부드러워 보이는 살갗이 겨울의 해질녘에 비춰져 어렴풋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1지망에서 3지망까지, 그녀와 같은 대학은 없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진지하게 대학 이름을 적는 노조미에게, 어깨를 굳히고 말을 걸었다. 응, 하고 웃음지은 그녀는 이쪽을 보지 않는다.


「또 러브레터 받았는데…」

「진짜가, 에리치 인기 많구마」


좋은 일이었을 텐데…그렇게 곤란한 목소리를 내어도, 언제까지고 보이는 건 그녀의 머리 꼭대기뿐. 앞머리로 가려 보이지 않더라도 노조미가 웃은 채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보낸 사람이, 이름을 안 알려줬어」

「……적는 걸 까먹은 기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이대로면 편지를 돌려줄 수가 없어서 곤란해」

「불편하다면야 버려브려도 되는디」


노조미치고는 상냥치 못한 대꾸였다. 그런데도, 겨우 얼굴을 든 그녀는 해질녘 속에서 심히 상냥하게 웃었다


가슴이 술렁술렁 진정하지 못하고, 불쾌감만이 퍼져간다. 노조미의 표정이 보이지 않게, 끄응-하며 기지개를 켜며 일어섰다. 대충 집어든 진로조사표가, 생각보다 큰 소리를 냈다.


「다 썼으면 빨리 내버리자」

「…그르네」


가슴의 가라앉은 때까지, 노조미의 표정은 보지 않았다. 보지 않더라도 눈앞에 보이니까. 자신을 상처 입히는 게 확실했으니까.


어디서 눈치챈 건지. 언제 안 건지. 노조미는 분명 에리를 좋아한다. 러브레터를 건네주는 후배들과 같이.


몇 통 편지를 받고서, 몇 번 고백을 받고서, 에리는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들의 대상이 되어도, 그녀들은 에리의 연애대상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 한 번 있는 일은 아니었다.


노조미의 옆은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노조미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길 원했다. 혹시 고백이라도 받으면, 거절해버린다면, 두 사람의 사이는 어색해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노조미의 옆은 마음이 편해지니까…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노조미의 마음에 눈치채지 못한 척을 했다.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얼버무리고, 떨쳐내어, 말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계속하여 에리는 노조미 앞에서, 연기를 계속했다.


「노조미랑 같은 대학에 갈 게 당연하다고 내 멋대로 생각했었어」

「그랬…었나」


먼저 희망대학을 결정한 건 에리였다. 틀림없이 같은 대학을 희망할 거라고 생각했던 에리는, 노조미의 희망대학을 알고는 맥이 빠졌다.


그야 그 학과라면, 에리가 희망하는 대학에도 있는데. 캠퍼스도 이쪽이 더 넓다. 노조미는 나와 떨어져도 괜찮니, 하는 자만에 빠진 의문마저 들었다. 하지만, 안심 또한 했다. 에리를 좋아하게 된다니 분명 마음이 갈팡질팡했던 것이고,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던 것이다, 겨우 그 정도라며. 노조미와 어색해지지 않고, 아직 곁에 있을 수 있다고 그 시절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안도했다.


「에리치는 넘 상냥허다」

「뭐야, 갑자기」


복도에 긴 그림자가 자란다. 두 개의 그림자는 뿌리로부터 멀어질수록 떨어졌다. 겹치지 않았다.


「노조미가 생각하는 것 보단 성격 나쁠 걸」


매우도 성실하게 대답했을 터인데, 그녀는 재밌다는 듯 키득키득 웃는다.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흔들렸다.


「내가 아는 에리치는 상냥허다구」

「…그럴 리가」


「비굴하구마」


즐거운 듯이 말하고는, 타이르는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마치, 노래지만 노래하는 것처럼은….


어떤 사람인가, 는 자신의 평가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사람에게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어떤 사람인지 정해진다. 에리가 자신은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더라도, 노조미나 주변 사람들이 상냥한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상냥한 것이다. 하고.


「글치만 가끔, 본질을 꿰뚫어 봐브리는 사람도 있제. 이러고 싶어, 이렇게 보이고 싶다며 노력혀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기엔 성공혔지만, 그게 거짓된 모습이라고 눈치채버리는 사람」


「…노조미같은 사람이네」

「내는 에리치 같다고 생각혔는디」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서로 본질 따위 보이지 않았다. 철학적인 이야기를 좀 더 듣고싶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말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입을 전혀 열지 않은 채 걷는 복도. 오렌지빛 해질녘. 교무실까지의 거리. 익숙한 경치의 안에서 이렇게 둘이서 걷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껴야만 했다.





.






시험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1지망의 합격통지는 입학수속서류와 함께 도착했다.


붙었어, 하고 보낸 짧은 메일엔 축하해라는 한마디뿐이라, 노조미는 혹시…라는 불길한 일만 생각한다. 결국 졸업식까지 입시의 결과는 듣지 못한 채, 그러고 보니 대학 어디가?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녀의 1지망 대학의 이름이 돌아왔다.


「어라? 말 안 혔었나?」

「말 안 했어! 보고는 의무!」


「아하하! 미안혀, 걱정시켰구만」

「정말이야…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고민했어」


에리치 지금 무례한 말이라는 거 알어? 라니 즐겁게 말하니까, 장난꾸러기같은 얼굴로 혀를 내밀었다. 졸업하고 싶지 않아, 라며 솔직하게 생각했다. 분명 노조미도 그렇게 생각하고, 확신했다.


벚꽃이 떨어지기엔, 아직 추운 계절이었다.


「입학식 때 입을 정상, 같이 사러가자」

「좋구마…이왕 사는 김에 취직할 때도 입을 수 있는 걸로 사제잉」

「사이즈 괜찮겠어? 더 안 자라겠어?」

「역시 키가 더 자랄 리는 없겠제」

「그게 아니라, 거기」


손가락질한 곳을 내려다보고는 화났는지 에리의 손을 때렸다. 고마혀, 그런거…라면서 새빨간 얼굴이 되어서.


처음엔 매일 메일을 보냈다. 가끔은 전화도 하고, 이런 강의가 있었다든가,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든가, 학식 라면에 우동 면이 섞여 들어갔다든가, 쓸데라고는 없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메일의 수가 준 것은 에리가 동아리에 들어간 후였을까. 나중에 보내자, 내일 답하자, 그렇게 생각하던 사이에 답장을 보낼 타이밍을 놓쳐만 갔다.


겹치는 곳이 없는 두 사람에게, 전파의 연결만이 유일한 것이라고 에리는 눈치 채지 못했다.


「왜 에리는 남친 안 만들어?」

「으-응… 좋아지지가 않으니까?」

「우와…그걸 말해버리는구나」


학식 라면은 언제나처럼 우동면이 섞여들어갔다. 결코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맛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싸다.


「그러고 보니 칸사이사투리 그만뒀어?」

「그만 둔 건 아닌데, 역시 3년이나 도쿄에 있다보니…친정에 돌아가면 금세 다시 쓰겠지만」


그녀의 칸사이사투리는 진짜 칸사이의 말씨였다. 표준어 사이에, 지금도 군데군데 억양이 튀었다.


「내 친구가, 이상한 칸사이사투리로 말해」

「아-, 그 점친다는 애?」


그래 걔, 라며 수긍하며 조금 떨어진 곳에 모인 여자애들의 무리를 쳐다봤다. 한명을 중심으로 꺄꺄 떠든다. 그 아이의 손에 들린 건 타로카드.


카드 쪽은 노조미가 한 수 위네, 그러고 보니 그 아이 아직도 점같은 걸 계속할까…대학에서도 이렇게 둘러싸인다거나.


「요즘 안 만나?」

「벌써 2년은 안 만났어」

「…설마 연락도 끊겼다거나…?」


그 말에 끄덕이니, 그러고도 친구라고!? 라고 큰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확실히, 그건 에리도 의문이었다. 자연소멸한 듯이 끊긴 연락, 그녀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모른다.


그래도, 친구라고 불러두고 싶었다. 그야…그야, 일이 있을 때야말로, 떠오르는 노조미다. 노조미도 그렇지?


「취업 어떻게 돼가-, 라는 것도 괜찮으니까 적당히 연락해 봐」

「……싫어」


「뭐여 그게!」


딱콩하고 머리를 얻어맞았다. 고등학교 때 이런 식으로 에리를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보는, 지금의 에리는 어떤 사람인가.


전화의 착신이력에는 훨씬도 전에 토죠라는 글자는 없고, 메일 이력은 그 옛날에 묻혀버렸다. 만나고 싶다든지, 목소리가 듣고 싶다든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에리 뿐인 것 같아서.


왜 연락 안 해, 라고 강하게 생각해도, 사실은 아직까지 노조미가 에리를 좋아해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거기에다, 고등학교 시절에 좋아해준 것조차도, 이제는 착각일 거라고 생각해버려서,


「3교시 안 들을 거야! 돌아갈래!」

「…뭐?」


「에리치카 집에 돌아갈래!」


몇 번은 땡땡이쳐도 문제는 없다. 가방에 덜 쓴 입사지원서와 이력서를 마구 집어넣는다. 옛날 친구를 떠올렸더니 짜증이 솟구쳤다.


와 짜증내는 겨, 라는 말는 걸어주지 않는 것에도 짜증이 났다.


자기가 연락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는 건 안다. 솔직히 꼴사나웠다. 노조미의 마음을 알면서도 뺀질뺀질 도망다니던 것도, 에리가 눈치 챘다는 것을 알아챘을 거라는 것도.


결국 3교시 강의를 성실히 듣고 돌아왔다. 불성실해질 수 없는, 이런 부분도 어중간했다. 무거운 가방을 침대에 집어던진다. 짜증을 숨기지 않고 큰 소리 나도록 걸어, 난폭하게 책상 서랍을 당겼다.


「…후우」


한숨을 귀고, 책상의 안쪽에 손을 뻗는다. 부스럭하고 잡힌 건, 그 때의 봉투

좋아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부정맥이 온 것처럼 호흡할 수가 없다. 글자가 흔들릴 정도로 마음이 담긴 그것을, 에리는 역시 버릴 수 없었다.


그 때, 보낸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이 한 마디를 썼을까. 이 말의 뒤가 더 있을까. 지금은 모를 그것에, 심장을 아파하며 펜을 들었다.





.






제발 남아있어라, 하며 빌면서 스크롤을 내린 끝에, 신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셨는지 메일 한 통이 남아있었다.


몇 통만 더 수신 받았더라면, 자동으로 삭제되었겠지. 소지품을 소중히 다루도록 키워주신 부모님과, 편리한 sns에 마음속에서부터 감사했다. 그 메일을 바로 보관함에 보내고, 아까 집어던진 가방에서 무거운 물건을 전부 꺼냈다. 침대 위에 늘어놓은 무거운 파일이나 파우치. 덜 쓴 이력서가 원망스럽게 이쪽을 바라봤다.


……나중에 마저 쓸 거야…


마지막 메일을 아주 전부터, 결굴 답하지 못한 건 에리였다. 그 메일에 답장 버튼을 눌렀다. 답장, 많이 늦어서 미안해. 라니. 바뀌지 않은 메일주소에 안심했다.


한 문장, 지금 갈 테니까.


자취 시작했으니까 이번에 놀러오라고 한 건 노조미니까. 지금 갈 테니까. 지금 와서 안 된다는 건 없으니까.


생각 외로 멀었다. 노조미는 도쿄 밖에서 대학을 다니니까 당연하지만, 역을 지나가면서 열차가 하나씩 줄어갈 때 마다 점점 교외가 되어간다. 높은 빌딩이 점점 보이지 않는다.

내린 역은 그 중에서도 큰 역답게, 역 안에 서점이나 편의점, 양복점까지 들어섰다.


모바일 내비게이션에 의지해서, 거리를 걷는다. 대학이 가까운지, 대학가 같은 모습이 보인다.


아담한 아파트. 한 문장만 보낸 메일에 답장은 없었다. 집에 없다면 몇 시간이라도 기다릴 생각이었다. 회식이 있었던 건 모른 척. 어차피 예약해둔 것도 아니니까 문제 없다.


계단을 오르고, 생각지 못하게 놀란 목소리가 나왔다. 문패는 없지만, 목소리를 들어 알았다.


「실례했습니다」

「암 것도 없어서 미안혀」


「아뇨…저…또 와도 되나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언제라도, 라며 대답하는 그녀의 손을 어색하게 쥔다.


아아, 그런가…그렇지, 당연하다. 대학생이니까, 남친 한 둘 정도는 이상하지 않을 텐데. 아직 에리를 좋아하겠지라는, 자만에 빠졌던 내가 바보였다. 어깨에 맨 가방을 꾹 쥐니, 비켜가는 그가 작게 인사하고 지나갔다.


돌아가자.


「…에리치?」

「아, 오랜, 만이야」


문을 닫으려던 노조미와 눈이 마주쳤다.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웃는 거야. 왜, 더 기뻐하는 얼굴이 아닌 거야.


「춥제. 어여 들어와」

「으, 응」


암 것도 없어서 미안혀, 라며 방금 전 그에게 말한 그대로의 말을 중얼거리며, 머그컵을 두 개 준비한다. 코코아의 달달한 향기가 퍼진다.


「아아, 메일 지금 봤다…미안혀, 눈치 못 채서」


「…남친?」

「아녀. 세미나 후배」

「걔, 노조미 좋아하던데」


그렇겠제, 라며 가볍게 대답하며 에리에게 머그컵을 줬다. 작은 방에는 물건은 그렇게 업고, 취준생 다운 양복이 걸려있었다. 그 때 같이 사러 간 것과는, 다른 양복이었다. 재촉받아 앉으면, 정면에 예의바르게 그녀도 의자에 앉았다. 그리 바뀐 건 없었다. 머리를 묶는 법이, 낮게 하나로 묶도록 바뀐 것 정도.

옛 친구는 얼마나 지나도, 다시 만나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든가, 그런 말은 거짓이었다. 그 시절 기분 좋았던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벽걸이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작게 울렸다.


「안 사귈 거야?」

「지금 이대로가 편하니께」


「나쁜 사람이네」


나쁜 건 나 또한 그렇다. 갑자기 밀어붙여서, 옛 친구에게 가시만 돋친 말을 던진다. 글켔제, 그렇게 눈썹을 늘어뜨리며 슬픈 듯이 웃었다.


나는 대체 뭘 하러 온 건가. 머그컵으로 손을 데우면서, 노조미를 상처 입히려고 온 것만 같았다.


「글치만…내가 나쁜 사람이래도, 하는 짓은 에리치랑 똑같지 않나?」


부드러운 말은, 에리를 후회에 빠져들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렇다. 그 오랫동안 에리는, 알면서도 노조미를 상처 입혔다. 그대로의 관계가 편했기 때문이라며. 노조미의 마음을 덮은 건 노조미가 아닌, 에리였다.


「그렇네」


반론할 여지는 없었다. 울 것 같은 눈을 바라보니, 에리도 울 것 같았다.


「있잖아, 잠시 노조미랑 연락 안 한 동안 계속 짜증났었어. 칸사이에서 온 애랑 얘기할 때마다, 식당에서 점을 보는 데 몰려든 애들을 볼 때도. 쭉. 노조미를 떠올리면 짜증이 나서, 그 후 계속 언제나 짜증이 나서」

「뭐여 정말 가슴아프니께 그만혀」


「안 그만해. 그래서, 더 짜증난 기분은 싫으니까 이거, 돌려주려고」


노조미의 눈을 빨갛게 충혈 되었는데, 그런데도 울지 않았다. 어느 쪽도 머그컵에 입을 대지 않았다. 그저 따스함에 매달릴 뿐.


가방 안에 아무렇게나 넣은 편지는, 그렇게 소중히 해왔는데 구겨져버렸다.


「…그거 아직도 안 버렸었나…일부러 돌려주지 않아도…진짜 심술궂기는 에리치…」

「버릴 수가 없었던 거야」


뚝뚝 굵은 눈물이 노조미의 눈에서 흘러넘쳤다. 억누르려고 해도 멋대로 흐르는 것처럼. 가는 손가락으로 몇 번을 닦아봐도, 끝없이 흘렀다.


울어줘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노조미 말대로 심술궂었다. 이걸 보고 운다는 건, 아직 조금은 에리를 좋아한다는 거니까.

「비참, 으…혀지니께… 빨리 버려라」

「안 돼. 러브레터는 돌려주는 방침이야」


테이블 너머로 그녀의 손을 잡고, 연분홍색의 편지를 억지로 쥐였다.


그 때, 그 교실에서 말했던, 보낸 사람의 이름이 없어서 돌려 줄 수가 없어,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 글자를 보면 알 정도로 함께 있었다. 그 동글동글한 글씨체를 보면 누구의 것이냐니, 이름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노조미의 마음을 보고 보지 못한 척 하던 에리가, 유일하게 말로써 노조미를 거부한 순간이기도 했다. 고백을 거절할 때 편지를 돌려주는 에리가, 「편지를 돌려주고 싶은데 돌려줄 수가 없어」라니.


「열어줘, 그거」

「싫다」


「알았으니까. 부탁이야, 열어줘」


오랜만에 만났는디 와 이리 심술궂나?라며 아직도 눈물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때부터 계속, 심술궂게 대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마음 편함을 잃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억지로 열려고 다시 빼앗고, 내용물을 꺼내 그녀의 눈앞에 펼쳤다. 눈물로 얼룩진 눈이 점점 휘둥그레져간다.


「와, 으! 지금 와서…」

「지금이니까」


「겨우 포기혔다고 생각혔는디…이제 심술궂게 허지 말어…」


그 편지를 못 돌려준 게 아니었다. 안 돌려줬던 거다. 어색하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그 때 에리는 누구보다도 애같았다.


「마음대로 포기하지마」

「…포기하게 만든 건 에리잖여」


「그것도 그렇네」


노조미에게 밀어붙였던 편지지를 뒤집어 본다. 이제 와서 몇 년도 더 된 편지에 답장이라니, 꽤나 부끄럽기도 한 일을 했다.



좋아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좋아해줘서 감사합니다.



「노조미, 지금 남친 없지?」

「없다…」

「그럼 나와 사귀어줘」


「싫다」


엑, 이란 정도가 아니다.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목소리가 났다. 손에서 놓친 편지지가, 아슬아슬하게 코코아에 잠길 뻔한 곳에서 휘리릭 궤도를 바꿨다.


「싫다…에리치 심술궂기만 하니께 싫다」

「어, 그러니까…별로 심술궂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훌쩍훌쩍 울면서 몇 번이나, 싫다는 말만 반복한다. 응석부리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았다.


「왜 싫다는 거야? 그야 노조미는, 나를」



좋아하잖아?



한순간 멈춰버린 눈물과, 시간. 다음 순간, 큰 소리로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으앙, 하며 넘어진 아이처럼.


자기가 울린 주제에 그치게 할 방법도 몰라서, 테이블을 돌아 등 뒤에서 노조미를 끌어안았다. 옳지옳지, 뻣뻣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보고.


솔직히 이게, 노조미와 같은 사랑인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서로 연락을 취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친구였다는 사실마저 추억이 되는 게 제일 괴롭다. 곁에 있는 것에 짜증나서,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짜증나서, 받은 러브레터를 지금까지 계속 소중히 보관했다.


그런 것, 사랑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럼 노조미, 키스할까」

「싫다」


한숨을 쉬었더니, 품안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거봐, 역시 너는 아직, 나를 좋아하잖아.


펜 홀더에서 펜 하나를 빌려, 머그컵 옆에 떨어진 편지를 손으로 잡아 끌어왔다. 노조미를 감싸 안은 채, 정중히 글자를 적어내려간다. 분명, 또 노조미를 울릴 말. 확실히, 노조미가 볼 수 있도록.


잡아채듯 집어든 펜으로, 노조미는 세글자를 썼다.




좋아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좋아해줘서 감사합니다.



저도 당신을 좋아해요. 사귀어주세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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