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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브 번역/진지

Silent tonight -2-

도서관알바 2017. 2. 3. 14:07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oveliveus&no=2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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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시키노 선생님?」




눈을 뜨자, 이곳의 간호사인 후미씨가 낡은 백의 차림으로 마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새까만 숏헤어는 성성한 백발 때문에 스스로 물들이고 있는 듯 하다


『μ's』 로 말하자면, 고교 시절 선배인 토죠 노조미의 30년 후 버전 같은 온화하며 참을성 있는 사람


환자나 자기 가족도 상대해야 할 텐데, 날카로운 기분으로 이곳에 온 마키를 쭉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



  「선생님, 못 주무셨어요?」


  「괜찮아요 옛날 생각하고 있었더니 잠이 와서」



몸을 묻고 있던 소파에 등을 바로 펴서 앉는다


후미씨가 식어버린 커피를 바꾸어준다


열이 적당한 커피


내가 끓이면 항상 너무 뜨거운데


두 아이를 키웠다는 그녀는 적당한 온도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럼 괜찮지만, 그나저나, 절임은 입에 맞으세요?」


  「네 맛있던데요」


  「아아, 맞아맞아, 이웃 동네에서 『소개팅 이벤트』 를 하는 모양이에요」


  「흐음, 그런가요 지금은 아직 연애 같은 거 내키질 않네요」



『옛날』 이라고 하는 건, 마키에게 있어서 좋은 추억은 아니다


후미씨는 물론 그것을 느끼고 있어 파고들지 않는다


그래


과거에는 신경을 써준다


그러면서도, 이런 아줌마에게 으레 따라붙는 『참견』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일방적으로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마키는 지금도 거친 상태였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다만, 연애라던가, 그 후의 일이라던가, 거기까지 생각할 정도로 회복되진 않았다


일을 하면서 살아나가는 정도가 고작이다


일과 연애, 혹은 일과 가정, 두개의 톱니바퀴는 돌릴 수 없게 되었다


들어맞던 톱니바퀴가 어긋나버린 공포를 떠올리면, 시작하는 것조차 주저하게 된다



  「게다가 애들 대하는 건 서툴고」


  「어머어머, 니시키노 선생님, 뭘 모르시네요 애들한테 정말 인기 많다구요?」



니시 키 노(西木野)


어머니쪽에서 소개를 받아 온 이 지역에서, 니시키노라는 성에는 어떠한 인지도도 힘도 없었다


후미씨도, 수속 서류를 볼 때까지 쭉 『니시키 노(錦野)』 라고 생각했을 정도


니시키노 선생님


왔을 때부터 쭉, 틀림없이 그렇게 불리고 있다


『마키쨩』 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마키가 이곳에 아늑함을 느끼는 이유는, 아버지나 그 주위의 미적지근한 시선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배우 같다면서」


  「제가요?」



큭, 하며 웃는다


웃음이 나온다


이 시골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나름대로 미인 축에 드는 나는 확실히 배우 같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검은색 트렌치 코트 차림으로 길을 걷는 20대 여성은 드물기 때문에,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처럼 멋지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거의 매일 쌩얼임이나 마찬가지인데, 거의 매일 청바지에 외투도 두벌밖에 없는데, 싸구려 고무부츠를 신고 다니는데, 중고 경차를 스스로 운전하는데, 그래도 이 마을에서는 『배우 같아』 라고 불리고 있다


왠지, 재밌다



  「그리고, 엄마들 사이에선 상냥한 선생님이라는 평판이에요」


  「제가요?」



이번엔 간질간질한 느낌에 웃음이 나왔다


『상냥하다』 같은 소리 들어본 적 없다


쌀쌀맞아 보인다던가, 날카로워 보인다던가, 제대로 이야기 해보지도 않은 상대에게 대놓고 들은 적도 있었다


회진 중에, 환자에게서 노골적으로 찌푸린 얼굴을 받은 적도 있었다


눈빛이 나쁘다고 지목되기도 했다



  「눈빛이 나쁘지 않나요?」


  「무슨 소리에요!? 선생님 같은 사람은 『고양이상』 이라고 하는 거라구요!」



후미씨가 쾌활하게 웃는다


마키도 덩달아 웃는다



  『마키쨩은 고양이 같네 호노카 있지, 강아지 같다고 자주 들어 고양이는 「장소」 에 따르지만, 강아지는 「사람」 을 따른대 호노카는 말야, 마키쨩을 따르게 돼버렸다구?』



언젠가, 호노카가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그렇다, 고교시절의 음악실처럼, 자리를 고집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아늑한 곳에 계속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호노카는, 그런 내 곁을 쭉 지켜주었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사랑은, 8년이 지나, 강아지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멀리, 고양이쪽에서 거처를 옮기면서, 맥없이 끊어져버렸다






ㅡ3년 전 봄ㅡ


도쿄 · 아키하바라


오후 11시



맨션의 자기 방에 겨우 다다른 마키는,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연인인 호노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호노카는 잔업이 있다고 해도 밤 7시쯤까지였다


묵고 가는 건 주말정도지만, 평일에도 이렇게 놀러와 저녁을 함께 먹는 일이 많았다



  「마키쨩 어서와」


  「미안 늦었네」



구두를 벗으려던 차 주저앉아버렸다


벽에 등을 기대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호노카가 걱정스레 들여다본다


목욕으로 할래?


밥으로 할래?


그런 걸 물어 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밥 만들어 놓긴 했는데 먹고 왔어?」



목을 힘없이 젓는다


초기 연수의라는 것은 2년간 몇 개의 과를 로테이션하는데, 외과의를 지망하고 있는 마키의 연수는 외과에서 시작됐다


아침 7시, 입원환자의 회진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바로 수술로 들어간다


마키를 『마키쨩』 이라고 부르던 선생님이 아직 수술대의 좌우도 모르는 마키에게, 『거기에 있으면 방해야!』 라고 야단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2시간의 수술이 끝나면, ICU에서의 컨퍼런스


여기선 배움의 장이라는 생각으로, 수술 후의 예정을 들을 뿐만 아니라, 마키쪽에서도 집중을 하며 질문을 했다


수술이 끝나는 순간, 지도의를 포함한 모두가 『마키쨩』 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런 기복이 심한 감정의 전환은, 감정 컨트롤이 서투른 마키에게는 경험해본 적 없는 스트레스였다



그 후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병동을 회진했다


환자의 상태 확인은 물론 향후 치료 방침의 결정에도 부족한 지식으로 참여했다


그것이 끝나면 방에 모여서, 팀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미팅을 시행했다


그 무렵 해는 벌서 지고 있었다



  「그 후엔 카르테를 쓰거나, 검사 주문을 넣거나, 레포트를 쓰거나」



지금 여기


마키는 한숨을 내쉬듯이 중얼거렸다


배도 고팠지만,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잠이 왔다


내일도 아침 7시부터 회진이다


매일 5시 반에 일어날 생각을 하자, 학생 시절처럼 호노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건 무리라고 생각된다


몸이 따라가질 못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일단 밥 먹을 거니까」


  「마키쨩……」



마지막 힘을 끌어 모아 거실 테이블을 향했다


호노카가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미소를 지어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평소였다면 호노카의 통금시간 턱밑까지 함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벌써 통금시간인 자정에 한없이 가까워져 있었다



그 이전에 이미, 목욕조차 귀찮을 정도로 피곤한 상태



  「호노카, 미안 한동안 평일은 못 만날 것 같아」


  「그런가 바쁜걸 뭐 그래도, 너무 무리하면 안 돼? 옥상 라이브 때 쓰러진 호노카한테 듣고 싶진 않겠지만」


  「그립네 그런 일도 있었지」



씨익, 웃으며 현관 앞에서 호노카를 배웅한다


살짝 한 번 키스를 한다


설거지를 해주고 간 호노카에게 감사하며 샤워를 한다


머리를 말리고 스킨케어를 하자, 마키에겐 더 이상, TV 뉴스를 볼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아서, 알람을 맞춰놓고 진흙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회진에서는, 시선이 차갑다고 담당 환자에게 지적되었다


다른 환자는 『니시키노』 라는 명찰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원장네 따님이신가? 좋은 신분이네』 라고 비꼬며 지나갔다


어렸을 때부터 입원 병동은 싫어했었다


불행 겨루기를 하는 듯한 분위기가 싫었다


하지만 회진은 절대적인 루틴 업무이기 때문에, 피할 수는 없었다



오전의 나머지 시간은 병동에서의 업무


담당 환자의 카르테를 쓰거나, 검사 지시를 내린다


서류가 있는 장소, 바른 서식, 제출하는 장소


뭐든 베테랑 간호사나 사무국 사람에게 물어가며 더듬더듬 찾아간다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태어나고 자란 병원인데, 한심할 정도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런 『무지』 는 생전 처음이었다


오후부터는 긴 수술의 예습을 위해 짧게 참가했다


햇병아리 연수의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보조하며 견학하는 것 밖에 없다


같은 자세로 같은 부분을, 핀셋으로 3시간동안 젖혀두고 있어서 졸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쳐버렸다


저녁부터는 계속해서 카르테 작성, 늘 그렇듯 평범한 회진으로 끝을 맺는다


업무를 마치고 나서는 레포트를 쓰거나, 물론 연수의니까 공부도 하고, 겨우 11시쯤 되서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말도 안 돼 뭐야 이게」



저녁은 오는 중 가게에서 오야코동을 먹었다


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할 상황이 아니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목욕을 한다


머리를 말리고 이를 닦고, 세미 더블 침대에 기어 들어간다



『오늘은 과 애들이랑 이탈리아 음식 먹으러 갔어-』



호노카한테서 메일이 왔지만, 재치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아, 마키는 『좋네 이쪽은 어제랑 마찬가지였어 잘 자』 라고만 답신했다


그 후 답장이 왔지만 읽을 기운도 없었다


이대로면 연애 쪽의 톱니바퀴가 멈춰버릴 것 같아 걱정이지만, 그런 고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기 때문에, 어느새 시트에 스며들 듯이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 5시 반


바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니시키노 선생님 얼굴 그렸어요!」



오후 11시


조금 배가 고파 올 때쯤, 엄마를 따라온 5살짜리 여자아이가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그린 초상화를 펼쳐보였다


뭐, 보육원에 다니는 아이의 그림이니까, 초상화라 부를 수도 없겠지만, 그려진 얼굴 부분에 상냥하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져 쓴웃음을 짓고만다



이 아이는 1주일 전 『볼거리』 로 진단했었지만, 해열제만으로 충분히 회복될 것 같다


소아과 같은 건 도쿄에서는 전혀 흥미가 없었는데, 이 진료소의 환자는, 대부분이 아이들과 노인


아이들의 성장력과 회복력에는 적잖이 놀라고 있다



  「호호호, 엄청 닮았는데 미카쨩, 다음엔 아줌마도 그려줘」



후미씨가 옆에서 들여다보곤 칭찬을 해준다


짧은 트윈테일을 한 여자아이는 기쁜 듯이 웃는다



  「있잖아, 미카쨩? 선생님, 이-렇게나 상냥한 얼굴 하고 있어?」


  「선생님, 정말루 상냥한걸! 엄마보다 100배는 상냥해!」



후미씨가 바람을 불어넣어, 마키도 자연히 웃어주게 된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조금은 긴장감을 결여한 작은 진료소


심야의 급환도 없고, 메스를 다루는 수술도 없고, 복잡한 검사기구를 사용하는 일도 없다



학생시절, 이런 곳에서 진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만약 호노카를 부모님이 완강히 반대할 경우, 집에서 뛰쳐나와 이런 진료소를 열자는 생각도 그려두고는 있었다


호노카와 맺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선생님, 또 봐!」


  「바이바이, 또 보자 그래도, 건강이 제일이야」



손을 흔들며 모녀를 배웅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동네 병원에 와 본 적은 없었다


병에 걸리면, 우선적으로 아버지의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왔다


그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는 단골 진료소를 가지고 있고, 가족과 같이 의지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다, 대기 중인 8명이 마키의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굳이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저쪽에서 멋대로 이야기를 해오니까, 가족 구성은 물론 취미나 좋아하는 배우, 마을을 떠난 자식의 직장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아-아, 8명이나 더 봤다간 타케야마씨의 왕진에 늦어버려요」


  「괜찮아요 타케야마 영감, 선생님의 왕팬이니까요」


  「팬이요? 선생님은 애를 숨풍숨풍 잘 낳겠구려, 같은 소리만 한다구요?」


  「그 인간이 그런 농담을 한다는 게 왕팬이라는 거예요」



그럼 카츠동이라도 얻어먹어야겠는걸요


후미씨와 깔깔거리며 다음 환자를 맞아들인다


도쿄에 있을 때, 점심은 항상 안절부절못한 상태로 먹고 있었다


오후의 수술로 불안에 떨거나, 오전 중에 싫은 일이 있었거나, 애초에 잠이 부족해서, 맛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여기 와서부터는 밥을 삼시세끼 맛있게 먹고 있다



………



오후 8시



진료 시간도 끝났다


마키가 사무실 책상에서 소개장을 쓰고 있자, 후미씨가 찻잔을 건네며 별나게도 조용히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떠들썩하게 다가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선생님, 쭉 걸어두신 사진, 친구분인가요?」



액자를 보며 물어온다


사진에 있는 것은 대학 1학년 때의 호노카와 후지산에 올랐던 모습


  『둘이서 함께 열심히 노력한 추억을 만들자』


그런 컨셉으로 기획한 것이 기억난다


다들 오르고 있으니 낙승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3, 공부에 파묻힌 마키에게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호노카 손에 이끌리듯 올라가, 산막의 한 이불 속에서 함께 밤을 보냈다


정상에서 찍은 사진 속에, 호노카는 물론 최고의 미소를 짓고 있었고, 나 또한 최대한 명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친구


후미씨가 신중한 이유는 사별을 의식해서일지도 모른다



  「연인이었다고 하면 이상할까요?」



아뇨


후미씨가 볼에 주름을 잡고 살짝 웃는다


가치관이 맞을까 어떨까가 아닌, 여자 동성 간 연애의 시비를 논하는 것도 아닌, 그저, 마키의 입에서 나온 『연인』 이라는 단어에 대해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니시키노 마키라는 여성에게 『연인이 있다』 라는 사실만을 잘라내어 받아들이고 있다


임의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표류한 시골에서, 이런 포용력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연인이었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지도 인가요?」



도쿄에 두고 왔거든요


대답한다


대답하자,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려 한다


그것이 걸려들어 머리가 아파진다


1년이 지났다


호노카는 이제 새로운 애인을 만들었을 것이다


결단을 내리면 빠른 아이니까 결혼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연하장도 안 왔고, 그 이전에 메일 한 통도 보내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헤어졌으니 당연한가


『아직 애인일지도 몰라』 같은 무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이상한걸까


도쿄역의 플랫폼에서 본 마지막의 호노카를 생각하려하자 기억의 강이 얼어붙는다



  「언젠간 말해드릴게요」


  「네, 기대할게요」



기대, 인가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후미씨에게는, 이야기 내용이 아닌, 마키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적어도 여기 와서 한 달 정도, 마키는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자신을 나타내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일을 자신의 것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도 미래도 희망도 산산조각 나 있었고, 그것을 아픈 만큼 잘 알고 있었고, 더욱이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주무세요」



후미씨가 갈색 코트를 입고 먼저 돌아간다


마키는 혼자 남겨진다


그 때와는 달리 당직도 없다


응급환자가 이송되는 일도 없다


병동에서 호출되어 뛰어다니는 일도 없다


마음을 비우고 작은 사무실 책상에 팔꿈치를 얹어 턱을 괸다


액자를 바라보며 말을 걸어본다



  「호노카」



무척이나 오랜만에 그 이름을 중얼거본다


호노카가 없는 이 마을에는, 누구도 호노카를 모르는 이 마을에는, 내가 말을 꺼내지 않는 한, 그녀의 이름이 등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버려두면 사라진다


시간과 공간의 파도에 휩쓸려간다


그래도 영원히 잊을 수는 없다


내가 8년이나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


나를 8년이나 사랑해줬던 사람의 이름



  「호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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