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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브 번역/진지

Silent tonight -5-

도서관알바 2017. 2. 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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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시키노 선생님 그러고 보니 예복은 갖고 있나요?』


  『네 고등학교 졸업 때 받았어요 어차피 자주 입을 거니까 라고』


  『10년 전이라구요? 맞으려나?』


  『맞을 거예요 아마』



어젯밤, 간호사 후미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겐씨


마키가 그렇게 부르던 할아버지가 옆 동네의 종합병원에서 타계하신 듯 하다


향년 71세


겐씨는 아내를 일찍 잃고 독신으로 살고 있었다


진료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마키는 작년 가을쯤부터 월 2~3회정도 왕진을 하고 있었다


왕진이라고 해도 『몸은 좀 어떠세요?』 정도의 문진 외에는 거의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세상사


마키가 서툰 이야기를 염려하지 않았던 것도, 겐씨라는 사람이 밝고 상냥한 할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눈이 쌓이기 시작했을 무렵


전부터 설사나 변비 증세만을 말하던 겐씨가 혈변 이야기를 꺼내고, 『나는 치질이니까 당연한 거겠지』 라며 투덜거리는 것을 다독이며, 마키는 그날 중으로 소개장을 썼다


며칠 후에는 옆 마을 종합병원에서 제대로 검사를 받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대장암이었네요 도쿄에 있을 때는 『치료 가능』 한 병이었는데」


  「우리 할머니도 이모도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정기적으로 검사 받았으면 좋았으련만」



건강진단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직장인과는 다르다


70세를 넘긴 독거노인에게는 어려운 일


일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2번이나 만났음에도 알아채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난다



검은색 양복


검은색 스타킹


검은색 구두


한 줄의 진주 목걸이


머리가 조금 붉은 빛을 띠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 추우니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검은색 털장갑을 끼고 준비를 마친다



  「호시 선생님이 아니라 저로 괜찮은 건가요?」


  「괜찮구말구요 니시키노 선생님을 데려가라고 지시받았으니까요」



그야말로 10년이나 진료소를 이용한 환자의 장례식이다


이런 때에는, 아직 진료소의 주인인 호시 선생님이 가야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게 생각했건만, 선생님은 후미씨에게 마키를 데려가라고 말한 듯 하다


오늘의 진찰은 맡아 두겠다며



빨간색은 그다지 좋지 않겠지만, 자신의 경차에 후미씨를 태우고 장례식장으로 찾아간다


이미 상복과 예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친족으로 생각되는 사람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후미씨의 말에 따르면, 상주는 겐씨의 장남으로, 지금은 후쿠시마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저 아이, 즉 손녀에 해당하는 아이도 있다


평범한 세일러복을 입고, 단발의 검은 머리를 묶고 있다



손녀라고 바로 알아챈 것도, 겐씨가 울먹일 듯한 눈을 하며 사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얘, 내 손녀야 닮았지?』


  『엣? 어디가? 안 닮았는데?』



문득, 제단 한가운데 놓여진 겐씨의 영정이 눈에 띄었다


언제 찍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마키가 아는 모습보다도 꽤나 젊으면서도, 마키가 아는 모습처럼 웃고 있다


그래


알고 있다


한 달에 2번 정도지만, 1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대접 받았던



그 때마다 웃으면서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들려주었다


학창시절・일・취미・연애・결혼


흔하고 특별히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전부 본인에게는 소중한 추억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듣고 있었다


인간 한 사람이 70년을 산다는 것의 길이를 느끼고 있었다



  『이런 미인씨가 만나러 와주니까, 장수하는 거지』


  『일이니까, 일』



하지만, 마키는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잘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야기 해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여기 와서부터의 일 정돈 이야기했지만,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 어떤 감정을 안고 살아왔는지, 같은 건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제


못 해


『대체』 같은 거


없어



  「싫어」



단숨에 눈물이 치밀어 올라왔다


코 안쪽이 뜨거워져 황급히 손수건을 꺼냈다


뭐야 이게


장례식 시작도 안 했는데


얼굴을 감싼다


뭐야 이게


고작 한 달에 두 번, 왕진 갔을 뿐인데


그야말로 도쿄 시절에 매일 하던 회진보다도 훨씬 밀도가 얇은 커뮤니케이션인데


뭐야 이게


어째서 이렇게 슬픈 거야?



  「니시키노 선생님」



후미씨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살며시 등에 손을 얹었다


오열이 그치질 않았다


눈물을 억지로 억누르며, 겐씨의 가족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쉰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자, 겐씨의 아들보다 먼저, 세일러복을 입은 손녀가 말을 걸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눈매가 부드럽고, 예쁜 아이였다



  「선생님, 할아버지가 전에 말해줬어요 왕진 오는 의사 선생님이 영감탱이에서 젊은 여선생님이 됐다구 젊었을 때 할머니 다음 가는 미인이라구 내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정말로 미인이었다고 그랬어요」



겐씨의 성격을 보면, 상당히 귀여움 받았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정말 슬플 텐데, 기특하게도 그런 말을 하면서 웃어준다


마키를 치켜세우며, 자신이 고른 아내를 더욱 더 추켜세운다



겐씨 답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에게, 울며 쓴웃음을 짓고 만다



『답다』 라니


70년을 산 사람의 마지막 1년조차도 다 보지 못했으면서, 『답다』 라니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이쪽의 생활은 단조롭고 평범한데, 도쿄 시절보다도 훨씬 밀도가 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만난 사람들 모두가, 지내온 시간 전부가, 귀중하게 생각이 된다



장례가 시작된 이후, 줄곧 마키는 울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슬펐다


겐씨를 진찰하던 의사는 자신뿐이었다


좀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하고 후회도 들었다


후회는 점점 더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에서 더 많이 배워뒀으면 같은 생각조차도 든다


그것이 앞뒤가 전도됐다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태



발인이 끝나자, 마찬가지로 왕진 중인 타케야마 할아버지가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왔다


겐씨와는 친한 장기 친구였지만, 둘 다 하반신이 약해져 만나는 일은 적어져 있었다


스포츠머리에 단정한 타케야마씨의 상복 차림이 쓸쓸함 때문인지 작게 보였다


그래도 마키의 얼굴을 보자, 굵은 눈썹을 여덟팔자로 웃어보였다



  「손녀뻘 되는 여의사라니 아이돌 같구먼」



절반 밖에 남지 않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아이돌


문득 고교 시절이 떠오른다


  『모두를 미소 짓게 하는 게 아이돌이야』


니코쨩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또 눈물이 흘러넘쳤다


아니


아니다


마키가 겐씨의 병의 진행을 눈치 채지 못한 게 아니다



겐씨는 계속 고통스러웠음에도, 마키가 있는 앞에선 웃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거다



……



화장터까지 참석한 마키는 후미씨와 둘이서 진료소에 들르기로 했다


오후 진료는 시작되었지만, 환자는 아무도 없고, 호시 선생님이 로비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동그란 은테 안경 너머로 검은 복장의 두 사람을 보며, 『수고했어요』 라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마키의 얼굴을 보곤, 얼굴에 작게 주름을 지으며 웃는다



  「모처럼의 예쁜 얼굴이 엉망이 됐네」



끄덕하고 고개를 주억였다


후미씨가 안으로 가서, 마키와 자신의 차를 쟁반에 담아 돌아온다


코트와 장갑을 벗고 찻잔으로 손을 데운다


합성 가죽 소파를 늘어놓은 진료소의 로비에, 백의차림의 선생님과 예복을 입은 두 사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정말 평화롭고 평온한 광경이었다



  「왜 저를 보내신 거예요?」


  「나 같은 늙은이가 보내주는 것 보단, 미인 여의사씨가 보내주는 편이 기쁠 테니까」



라며 껄껄 웃는다


그리고 어린 환자를 진찰할 때의 깊은 눈으로 계속 이어간다



  「니시키노 선생 도쿄에 있었을 때는 담당 환자를 잃고도 슬퍼한 적이 없었다고, 자신의 마음이 망가져 있었다고, 작년 이맘때는 그런 이야길 했었지?」


  「네,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


1년 전, 모든 걸 내팽개치고 여기에 흘러들어왔을 때, 호시 선생님과 후미씨에게 그렇게 내뱉은 것 같다


원래부터 의사가 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될 대로 되라고 내뱉었던 것 같다


그런 주제에 의사를 포기하는 길을 선택할 용기가 없었던 것도 덤으로 자조했던 것 같다



  「다 나은 것 같아서 다행이네」


  「그러, 네요」



망가졌던 것이 고쳐진 건가


불량품이었던 것이 고쳐진 건가


분명 전자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차갑진 했지만, 결코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의 희로애락은 심한 편에 속했다


배려나 동료의식이나 순수함도 제대로 갖고 잇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감쪽같이 산타씨를 믿고 있었다


『μ's』 가 해산을 결정했을 때는 진심으로 슬퍼했다


물론 애정이라는 것도 있었다


사람과 사랑하는 마음은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게 『존재』 했다



다만, 그것이 지금도 『존재』 하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저 조금 들어주실래요?」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뛰쳐나왔다


조용하면서도 무거웠다


후미씨와 호시 선생님은 한 손에 찻잔을 들고 끄덕였다


눈물비인가


아까부터 봄을 부르는 듯한 비가 내리고 있다


노인이 많은 이 마을


비가 오면 진료소를 찾는 환자는 훨씬 적어진다


상당한 고열이나, 복통이나


그런 급환이 아니면 웬만해선 찾아오지 않는다



  「작년 이맘때쯤, 제가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마키는 입을 열었다


이 마을에 와서 누구에도 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관계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알려지는 게 싫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오늘, 깨닫고 말았다


깨달음을 받고 말았다


이 마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낡은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닌



  「제가 무엇을 잃었던 건지, 알고 싶어요」



그래


그건 도쿄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 것이다






ㅡ2년 전 가을ㅡ


여름의 끝에서 다시 외과에서의 연수가 시작되고 있었다



몇 가지 필수과의 로테이션을 모두 마치고, 남은 건 지망하고 있는 외과에서의 연수를 3월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이를 이수하면 2년간의 『초기』 연수는 끝으로 이 병원에 남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3~5년에 걸친 『후기』 임상 연수에 들어가게 된다



『시니어 레지던트』 등으로 불리는 후기 연수의가 되면, 단독으로 진료를 하거나 수술 집도의가 되기도 한다


즉, 어엿한 한 사람의 의사로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다


30살을 지나고 나서야


그런 걸 보면, 의사라고 해도 다른 직업들과 별반 다를 것도 없다



  「됐다-! 흙 마르면 물 줘야 돼?」



가득 찬 쓰레기봉투 두개가 굴러다니고 있는 베란다에, 호노카가 갈색 화분을 놓았다


  『이래봬도 고교 1학년 때는 원예위원이었다구』


분홍색과 빨간색의 시클라멘


하얀 꽃을 피워낸 마거리트


그리고 원형의 화분에는 라임그린의 침엽수를 심었다


  『편해 보여서 한 거긴 하지만』


베란다에서 커팅을 마치고, 흙투성이 손바닥을 털어내며 웃어 보였다



  「나갈 때도 올 때도 어두우니까, 말랐는지 몰라」


  「조금 만지면 알 수 있어! 마키쨩이 바빠도 호노카가 물 주러 올 거야!」



손을 씻고 소파에 다가선다


호노카의 매끄러운 머리칼에 손가락을 넣어본다


담배 냄새가 밴 손 끝


피아노에서 멀어진 손 끝


키스를 나눈다


키스를 위해 양치질만큼은 거르지 않는다


담배나 커피로 이가 누렇게 되지 않도록 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표정의 피로까지는 감출 수 없다


새로운 담당 환자에게는 『서른다섯?』 이라는 말을 들었다


요즘 들어서는 거울을 보는 것도 괴롭다



  「이제 조금 남았지?」



호노카가 미소 짓는다


큰 눈을 부드럽게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웃는 호노카가 인조적인 웃음을 보이는 것은 가슴 아프다


이제 조금


알고 있다


앞으로 4개월 정도만 버티면 초기 연수는 끝난다


후기 연수에 들어가면, 외과의사로서 더 깊은 지식을 익히고, 고난도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그러네」



그런데 대답이 건성이 되어버린다


손끝만이 호노카의 머리를 만지고 있을 뿐이다


마키는 정말로 지쳤다


의식은 항상 희미했고, 오랫동안 편두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연애의 톱니바퀴도 일의 톱니바퀴도, 맞물리기는커녕 겨우 끼릭끼릭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들이 움직이고 있는지조차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이 반년 간, 신체보다도, 신경이 끊어질 듯이 얇아지고 있었다



연수에서는, 내과 외에 『응급』 과 『지역의료』 가 필수였다


다양한 증례의 초기 대응을 경험하기 위해, 지역 병원의 역할을 이해하고 재택 의료 현황 등을 경험하기 위해, 그것들을 일정 기간 동안 로테이션 해야 한다


그래서, 오로지 급환만을 취급하는 구급부서에서 3개월, 지역 의료 연수로 S현의 듣도 보도 못한 해변 마을의 동네 병원에서 3개월의 연수를 실시했다



그 일이 어려울지 쉬울지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니시키노 마키라는 한 사람이,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설 자리가 바뀐다는 것이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어릴 때부터 환경의 변화에는 민감했다


신경과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반 편성이나 자리 바꾸기가 몹시 싫었다


사립학교에 응시하지 않고 근처의 공립 중학교에 진학한 것도 모르는 애들뿐인 세계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는 장소에 따른다


단 3개월 단위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 병을 앓고 만다



  「이제 조금이지?」



호노카가 못을 박듯이 반복한다


마키는 눈을 감고 끄덕인다


봄이 오고 후기 연수에 들어가면 어엿한 외과의에 다가설 수 있다


호노카는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다


하지만, 마키는 이미 알고 있다


외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자마자 눈치 채고 말았다


외과 지망의 동기 중에선, 자신이 비참할 정도로 열세라는 것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뒤쳐져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뒤쳐진 것을 『만회』 해본 경험이 없는 자신이 마음이,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꺾여버린 것을


부러진 마음을 다시 곧게 펼 만큼의 기력이 이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호노카」



매달리듯이 껴안는다


따듯한 몸


코타츠 같은 포용력


이제 열심히 노력할 수 없을 것 같아


호노카가 기대하는 노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


호노카가 사랑해준 자신으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이제 헤어져야 한다


호노카처럼 상냥한 아이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20대 후반을 낭비시켜서는 안 돼


나보다도 몇 배나 노력파인, 그녀에게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호노카… 사랑해…」



머리를 만진다


어째선지 응석 부릴 수밖에 없다


내보내 줄 수가 없다


호노카를 잃는다는 건, 이제 의사가 될 이유를 잃는다는 것과 일치한다


그런데도 『사랑해』 라며 감정을 표출하는 정도 밖에 할 수 없다


형태를 동반한 목표는커녕, 학창시절, 이상이나 동경에 대해 말했던 것조차 할 수가 없다



딜레마를 그대로 남겨 둔 채로, 시간만이 빨리 감기를 한 듯이 지나간다


그렇다


외과 로테이션에 돌아오자마자, 연수를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수면부족과 스트레스 투성이의 생활로 돌아왔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연수를 시작할 무렵 갖고 있던 근성과 의욕이 사라진 것


그것을 필사적으로 속이려는 듯 들이 붓는 니코틴과 알코올



……



  「마키쨩」



말을 걸어와 흠칫 했다


정신을 차리자 수술실에 있었다


피아노의 클래식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180cm가 넘는 장신의 외과부장이, 마스크와 모자 사이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자신이 집도할 정도로 어려운 수술에, 공부가 될 것이라고 말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이 지날 무렵부터 의식이 혼미해져 있었다


선채로 반쯤 잠든 상태


그런 마키에게, 외과부장이 친히 몇 가지 질문을 던져온다


본래라면 『가르쳐 주세요』고 하는 편이 좋다



그런데 마키는 그 것을 조금도 기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모르겠어요」



직감에 따르는 것이 싫어서, 마키는 중얼거리듯이 대답했다


정말로 몰랐다


그 질문이 기본적인 것인지 응용적인 건지조차 불분명했다


어제도 와인을 한 병 마시고 잠들었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


최근에는 자습도 소홀히 하고 있었다


빨리 병원에서 나가고 싶어서, 일도 마무리 짓지 않고 9시가 되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잠이 안 와, 담배를 피며 혼자 와인잔을 기울이는 나날이었다



  「지금까지 뭘 배운 거야?」



외과부장은 마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병원에서 가장 키가 큰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원장의 오른팔인 그는, 병원 마당이나 생가의 거실에서 어린 시절의 마키를 여러 번 어깨에 태워주었다



그런 사람에게조차 버림받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레 수술에서 제외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지금은 뭔가를 배울 생각도 없이, 마키는 눈앞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동기 녀석이 제2조수로 솜씨를 발휘하는 것을 자신과는 먼 일인 양 바라만 보고 있었다


분함보다는 체념이 앞섰다



25년 남짓한 인생에서 처음으로, 『배움』 이라는 것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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