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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브 번역/진지

Silent tonight -3-

도서관알바 2017. 2. 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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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3년 전 여름ㅡ



  「호노카?」



세미 더블 침대에서 눈을 뜬다


옷을 입지 않은 건 알겠지만 식은땀이 심하다


눈앞에 호노카의 얼굴이 있다


훤히 드러난 어깨를 보니, 자신과 같은 모습일 거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호노카가 웃음꽃을 피운다


꽤나 전부터 혼자 일어나 있던 모양이다


연인의 귀중한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꼼짝 않고 침대에 있었던 걸까



  「지금, 몇 시?」


  「12시 정도」



미안


먼저 사과를 한다


오늘은 일요일, 휴일이라


어젯밤, 호노카가 묵으러 왔다


나는 밤 11시에 돌아왔고, 호노카는 요리교실에서 이제 막 배워 온 조림과,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샐러드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방에서 밥을 먹고, 번갈아서 샤워를 했다



  「신경 쓰지 마 이번 주는 당직도 있었지?」



알몸으로 침대에 들어서자마자, 키스조차 못하고,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그대로 12시간, 호노카를 방치해두고 잠들어 있었다


아침부터 데이트하자고 했었는데, 벌써, 점심이 지나가버렸다


연수의가 되고나서 3개월, 호노카를 위해 시간을 거의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


만나고 있을 때조차, 병원에서의 연락이 신경 쓰여 대화가 어딘가 건성으로 흘러버린다


동기 중에는 연애를 병행하는 녀석도 있는데, 서투르기만 한 자신이 한심하다


원장의 딸이면서, 라는 주위의 압박과, 원장의 딸로서 이 병원에서 실패는 안 돼, 라는 자기 자신의 압박에, 양 어깨가 쿵 짓눌리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태어나고 자란 병원에 출근하는 것조차도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다음 날이 오는 것을 거부하는 듯, 잠버릇이 고약해진다


담배 수는 확연히 늘었고, 카페인 중독이지 않을까 할 정도로 빈번히 커피를 마시고 있다


피로를 감추기 위한 화장도 짙어졌다


그 화장이 마키의 째진 눈을 한층 더 두드러지게 하여, 환자에게 『인상이 나빠』 라는 불평을 듣고만다



  「자, 잘 때 자두지 않으면 큰일난다구?」


  「그건 그렇지만… 미안…」



골든위크는 물론, 토 · 일요일도 공휴일도 관계없다


귀가 시간은 대체로 밤 10시 이후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가 채 되지 않는 정도


게다가 한 달에 당직이 5번이나 있어, 생활 리듬이 엉망이 되고 있다


생활 리듬만큼, 방도 엉망이 되고 있다


내놓는 것을 잊어 봉투 채 현관에 방치된 일반 쓰레기


머리카락으로 막힐 것 같은 목욕탕의 배수구


공원의 공중 화장실로 착각될 정도로 더러운 변기


커피가 들러붙은 머그컵


마시다 만 와인병


먼지가 쌓여 희멀겋게 된 TV다이


가득 쌓인 빨래바구니


아직도 코드가 걸려 있는 벽장


점점 날이 더워지고 있는데 아직도 침대 끝에 방치되어 있는 솜이불


한참 씻지 않은 시트


더럽고 얼룩으로 흐려진 창문


베란다에 놓인 재떨이는 꽁초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이것들을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다



  「좋-아, 오늘은 잔뜩 세탁하고, 마키쨩 방을 대청소 하자!」



밝은 목소리가 마키의 가슴을 메이게 한다


고교시절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활발한 호노카가, 이런 화창한 일요일에 나가고 싶지 않을 리 없다


그런데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내 방을 보곤, 대청소 하자 같은 소릴 하고 있다


사실, 어제도 밥을 먹으면서, 하이킹 가고 싶어 라는 말도 했다


다정하게 굴수록 호노카에게 면목이 없어지고, 


다정하게 굴수록 호노카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고, 


다정하게 굴수록 호노카에게 응석부리고 싶어지고, 


다정하게 굴수록 호노카를 놓치고 싶지 않아진다



  「호노카」



이불을 반만 밀어젖히고 호노카를 감싸안았다


조금 놀라면서도, 그래도, 호노카의 큰 눈이 나의 나약함을 받아준다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엔 친구 같은 느낌으로, 서로가 학생이었던 시절에는 호노카가 응석부려왔는데, 사회에 나온 지금, 나는 호노카의 포용력에 쭉 기대기만 한 채이다



그렇다


아이돌 사무실에서 몇몇 제의가 들어왔을 법한 카리스마를,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 바쳤을 때, 그것이 놀라운 포용력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응석부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 전 · 에, 밤에 하던 걸 마저 해볼까?」



고개를 끄덕인다


늦잠 잔 것을 티를 내려는 듯 배가 울린다


  『밥으로 할래?』


호노카가 장난스레 묻는다


  『호노카로 할래』


정색하며 대답한다


호노카가 밝게 웃는다


커다란 눈이 없어질 정도로 웃는다


정신없이 키스를 하며, 금방이라도 멈춰버릴 듯 했던 연애의 톱니바퀴를 돌리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돌린다


절대로 멈출 수 없다


멈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더 이상, 부모님의 말에 따라 의사가 되려는 것이 아냐


호노카의 일생을 책임질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손에 넣기 위해 의사가 되는 거야



  「호노카는 있지, 행복해 정말」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간을 메우려는 듯 서로의 몸을 한참을 탐한 뒤, 이마에 땀을 맺으며 호노카는 그렇게 말했다


코가 맞닿는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 을 거듭 다짐했다


지금껏 누군가를 믿는 일 따위 전혀 없었던 마키였지만, 호노카의 말만큼은 절대로 의심하고 싶지 않아서, 만약 그것이 단지 평소의 다정함에서 흘러나온 배려였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그것이 사실이 될 때까지 사랑할 


생각이었다






봄방학도 끝이 난 일요일



마키는 빨간 경차를 몰아, 5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 음악실을 갔다



의사 쪽에서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종일 예방접종을 해주는 일이, 1년 새 몇 번인가 있었는데, 그 때 부탁을 해서 피아노 치는 것을 허락 받았다


『니시키노 선생님, 정말 잘 치시네요!』 라는 교사들의 감탄에 기세를 타, 이곳에서 자유롭게 피아노를 치는 대신, 예정이 없는 일요일 몇몇 아이들에게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도쿄에서 연수의를 했을 때, 너무 바빠서 한동안 피아노를 치지 못했던 내가,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라도 좋으니 인정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은 일을 맡기로 결정했다



  「선생님은 배우처럼 미인이고, 우리 엄마보다도 완전 멋있고, 피아노도 잘 치고, 훌륭한 의사선생님이고, 나,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될 거예요!」



땋은 머리를 한 5학년 마사미쨩이 눈을 반짝인다


순수하기보다는 순박


그녀는 아주 최근, 초경(初經)을 맞아, 마키는 그 상담도 해주었다


건강 그 자체인 아이이고, 부인과의 지식조차도 필요 없는 일이었지만, 의사의 일이 병을 치료하는 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 와서 모두에게 배울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에는 이런 시가가 없었다


누군가를 동경하는 일 따위 전혀 없었다


남보다 잘난 것이 당연했다


자신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 따위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테스트 순위를 매기기 시작하고 나서도 쭉 1등을 독차지했다


수험생 시절에는 입시학원의 전국 모의시험 톱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공부뿐만이 아니다


내가 작곡한 음악으로, 스쿨아이돌로서 『러브라이브!』 에서 우승도 했다


능력 부족으로 분함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마키인만큼, 겸허함을 갖추는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늦어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왜 이 마을에 온 거에요?」



부모님이 이 마을의 공무원인 6학년 유우코가 찔러 들어온다


이곳의 아이들은 전통적인 이름뿐이라 안심이 된다


산부인과에서 연수를 할 때, 좀처럼 생각할 수 없는 이름을 붙이는 부모가 몇몇 보였다


성장하고 나서 상처를 주는 시한폭탄 같은 이름을 예사로 하고 있었다


뭐, 나 자신도 『진짜 공주님』 같은 느낌이라 부끄러운 시기가 있긴 했지만



유우코쨩은 사립 중학교에 들어가려는 듯, 버스로 옆 동네 학원을 다니고 있다


어른스럽고 귀여운 아이, 머리 회전이 빠르고 피아노도 잘 친다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애착이 간다



  「도쿄에 지쳐서」



외과의로서 실격 낙인이 찍히고 설 자리가 없어져버렸어


그러니까


니시키노 병원 원장의 따님이, 니시키노 병원에서 의사가 될 수 없었다는, 무슨 뜻인지 알아줄까?


조금 어려우려나?


이젠, 나를 고용해줄 병원 같은 거 없다는 뜻이라구?


그러니까 말야, 얼핏 보면 미인이고 영리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니시키노 마키 같은 어른이 되서는 안 된다구


마음속으로 읊조리고, 태연한 척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도쿄는 그렇게 힘들어요?」


  「나중에 커서 자기 눈으로 확인하렴」



잘 아는 듯한 얼굴로 대답한다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자존심도, 자신감도, 미소도, 사랑도, 모두 빼앗기고, 이런 시골로 도망쳐와, 겨우 작은 거처에 자리를 잡았다


아마, 분명 니시키노 마키라는 인간은 처음부터 겨우 이 정도였던 것이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종합병원을 경영할, 그런 그릇이 아니었던 것이다



  「네-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입을 모아 대답한다


피아노 학원이 끝나고 아이들이 돌아간 뒤, 마키는 혼자서 피아노를 친다


클래식을 치기도 하고, 자신이 작곡한 μ's의 곡을 치기도 한다


흑백의 건반을 경쾌하게 친다


고교시절처럼 노래하며 연주한다


고백을 했을 때 CD에 넣어 호노카에게 주었던 곡


호노카가 계속해서 꿈을 꾸었으면 하는 염원과, 자신이 꿈을 이뤄가는 호노카를 옆에서 응원하고 싶다는 염원, 두 가지 의미를 담아 작곡한 곡



어엿한 의사가 되어, 병원을 이어, 호노카와 살고 싶어


그런 꿈을 안고 의학부에 들어갔고, 그런 꿈을 안고 국가시험도 통과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얼마 가지 않아?


조금은 나아가긴 했어?


정말로?


전혀 이루지 못한 거 아냐?



손을 멈춘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을 쳐다본다



살아있는 인간을 상대로 이 손에 메스를 쥐는 일은 없었다






ㅡ3년 전 겨울ㅡ



  「마키 선생님, 일어나세요」



어깨를 흔들기에 고개를 든다


백의를 입고 있으니 집은 아니다


밝아


아침


은 아니고


오후 4시


굉장히 졸리다


돌아보자, 동기 여자애가 귀찮은 듯이 내려다보고 있다


여자애라 해도 두 살 연상이다


민낯에 가까운 화장


은테 안경


묶은 검은 머리


쌍꺼풀 없는 특징 없는 얼굴


애인 없음


취미는 디지털 카메라


특기는, 하룻밤 자면 스트레스가 리셋된다



그 한 부분은 300만엔으로 사고 싶을 정도로 부럽다



  「이제 라운드(회진)에요」


  「알고 있어」



어떻게든 일어선다


눈을 비비고 싶지만 화장이 망가지니 할 수 없다


당직 직후라 지친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더욱 주의한다


서류와 필기구를 가지고 동기의 뒤를 따른다


발걸음은 쭉 무거운 상태


외과의 회진은 지도의를 중심으로 팀 단위로 이루어지니, 출근한 전원이 모여야만 한다



  「마키 선생님, 당직, 바빴어요?」


  「별로」



다른 동기가 물어온다


동정 받기 싫어서 허세를 부린다


니시키노 병원은 『구급병원』 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한밤중에는 비교적 급환이 자주 찾아온다


교통사고나 싸움으로 다친 사람도 실려온다


조금 참고 자면 낫는 증상인데, 굳이 걸어서 오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도심의 병원


바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바쁘거나, 정말 바쁘거나, 죽을 만큼 바쁘거나


이 중 하나이다



어젯밤은 뭐, 정말 바쁜 정도였다


콜은 4회, 급환이 있었다


자정 즈음, 학원에서 돌아가는 길에 자전거에서 굴러 얼굴을 쓸렸다는, 16살 여자아이의 뺨을 봉합하고부터 잘 수 없게 되었다



자정에 학원 수업이 있었을 리 없지


심야 배회의 변명이라면 좀 더 그렇듯 하게 하라구


내심 뭐라고 하면서도, 아이의 얼굴에 상처를 남기는 것은 절대로 싫고, 무엇보다 상처를 봉합하는 것 자체를 평소에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여버린다


신경이 쓰이면 왠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스스로 처방한 수면제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약에 의존한 수면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몸이 잘 알고 있다



  「마키 선생님, 연수의실에서 잠깐 쉬고 있었어요」



아까의 동기가 조심스럽게 지도의에게 보고한다


봄에는 흘겨보기도 했었지만, 가을이 되자 그런 것도 사라졌다


『‘마키’ 선생님』


이 병원엔, 아버지인 원장과 피부과 의사인 어머니는 물론, 자신을 포함한 5명의 니시키노 성을 가진 의사가 있다


『‘마키’ 선생님』 


동기나 젊은 의사에게 그렇게 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베테랑 의사에게 『마키쨩』 으로 불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담당 환자로부터 『아가씨』 라고 불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호칭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느긋하게 자게 해줬으면



  「그 때부터 몸은 좀 어떠세요?」



그렇다고, 불행겨루기에 여념이 없는 환자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피곤함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기를 써서 담당 환자를 회진한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몸의 상태를 묻고, 내일 하는 검사의 의미나 내용을 설명하고, 링거의 추가나 처치의 변경을 확인한다


초등학생 때 했던 나팔꽃의 관찰일기랑 비슷하지만, 나팔꽃보다 수백배는 귀찮고 시끄럽다


게다가 나팔꽃보다 훨씬 튼튼해서 시들지도 않는다



  「아가씨, 오늘은 화장 예쁘게 했네 밤에 데이트야?」


  「아뇨」



78세의, 지난 주 암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할아버지가 놀려온다


수술 전에는 인생의 끝과 같은 얼굴을 했으면서, 수술이 성공하자 신이 나서 외과의를 부처님처럼 모시더니, 조금 안정을 되찾곤 젊은 여의사를 놀려대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나하나 신경 쓰고 있을 수 없다


알아


알면서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끝내지 못하게 된다



  「오-오, 아가씨, 오늘은 상당히 저기압이네」



그만큼 오래 살았으면 말 좀 가려서 입 밖으로 내라구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문다


옆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만진다


학생 때는 환자를 교재처럼 여겼었는데, 연수의라해도 의사가 되니 역시 고객이 되고 만다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접객업이라고 생각하니, 인간이라는 것을 좋아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사람에 대한 기호가 분명하고, 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이 싫어진다



  「마키 선생님, 사카구치씨는 불안한 상태라고요 아직 전이 가능성이 큽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병동을 벗어난 곳에서, 지도의에게 조심스럽게 주의를 받는다


나름 신경을 쓰고 있지만, 호칭은 『마키 선생님』 이었다


팀의 동기들에게서 실실 웃음이 새어나온다


회진에서 마키의 평판은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담당을 바꾸어 주십사 하고 간절하게 비는 환자도 있었다


모두가 일상의 연장과 같이 여기고 있는 회진에, 이렇게나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마 마키 혼자일 것이다



모두가 당연하게 하는 것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키에게 있어서 미지의 돌뿌리였다


다른 사람보다 뒤쳐지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사실이 또다시 스트레스가 되어 불안한 마음을 좀먹어간다


그것을, 니코틴, 카페인, 알코올 등으로 누르려 하자, 이번엔 그것들이 지친 몸을 좀먹어간다



………



  「호노카, 사람 좋아해?」



연락용 PHS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도내에서의 짧은 데이트 시간


마키는 레스토랑에서 마주보고 있는 호노카에게 물어보았다


애 같다고 하니 밖에서 만날 때는 사이드테일을 하지 않게 된 호노카는, 질문의 의도를 알아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불편한 사람은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려나 거의 다 좋아」


  「저기 있지, 나보고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호노카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우-웅, 마키쨩이 불편하다는 사람은, 마키쨩이 불편하게 대해서 그런 거 아닐까? 스쿨 아이돌 했을 때, 마키쨩 불편해하던 친구들 없었잖아?」


  「그러, 네」



알고 있어


불편하다는 사람에게 애교를 떨거나,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거나, 친절하게 대해주거나, 그런 걸 『할 수 없다』 는 것 쯤


거의 자신의 캐릭터로 하면서 살아왔다


살아져왔다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쳐도, 그것을 따라 걷다보면, 어딘가엔 분명 샛길이 있었다


그것이 마침내 없어졌다


의(医)는 인술(仁術) 이라고 정의된다면, 나는 『인』의 마음이 결여되어 있다



  「나, 의사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에엣!? 마키쨩 같이 머리 좋은 사람이 의사선생님이 안 되면, 누가 된다는 거야?」



머리가 좋다 같은 거 전제조건일 뿐이야


내뱉자, 호노카는 어리둥절하게 되었다


담배를 꺼내려다 레스토랑임을 인지했다


『맛있었어-』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호노카가 말했다


그랬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서, 그다지 식사에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절대로 호노카쪽이 어울려」


  「아이 참! 호노카가 이과 과목 전혀 못했던 거 알고 있는 주제에」



호노카가 톡톡 등을 두드려준다


항상 긍정적이고 밝고, 의욕과 기운이 넘치고, 심지가 굳고,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애교가 많아서 누구에게나 예쁨 받고


자신보다 호노카쪽이, 훨씬 외과의에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아무래도 좋을 것 같은 생각조차 들어버린다



절대로 그만둘 수 없다


여름까지는 그렇게 맹세할 수 있었는데, 연수 1년차의 겨울이 시작될 무렵에는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병원을 향하는 것마저, 눈을 뜨는 것마저 고통스러웠다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일하는 것이 고작으로, 어느새 연애의 톱니바퀴를 억지로 돌리려는 노력조차 잊고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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