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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브 번역/진지

Silent tonight -8-

도서관알바 2017. 2. 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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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돌아왔다


마키는 가만히 바라보던 찻잔에서 시선을 들어 올렸다


말을 마친 마키의 얼굴에 표정다운 표정은 없었지만, 마음속은 상당히 가벼워져 있었다


호시 선생님과 후미씨는 못난 자기 자식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못났으니까 방치해둘 수 없었던 지도 모른다


적어도 못난이라고 내버려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여기 와서, 선생님이랑 후미씨, 환자분들 덕에 여러 가지를 회복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것은, 잃은 건지 어떤지조차 분명치가 않아서」



그래서 뭔데?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두 사람은 곤란하게도 계속해서 입을 닫고 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응원해주었던 호노카를 그런 식으로 버려두고 왔다


그리고 1통의 메일도 주고받지 않고 1년이 지났다


적어도 마키쪽에서 접근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오랜만이야』, 『잘 지내?』 같은, 마치 동정을 살피려는 듯한 메일 따위 보낼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젠 잊혀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연락할 수 없게 되었다



  「차라도 마실까요」



후미씨가 일어서서 포트를 가져온다


빈 찻잔에 따뜻한 차를 부어준다


호시 선생님은 은테의 동그란 안경을 벗어, 눈가를 비빈 뒤 다시 걸쳤다


아버지보다 10살 정도 연상인 선생님의 말은, 후미씨가 내준 차처럼 몸에 스며들었다



  「니시키노 선생 나는 이제껏 의사를 40년도 더 하고 있네 작은 진료소라 눈부신 실적은 없지만, 조그만 결과를 계속 내면서 신뢰를 받아오고 있어 그래서, 이유가 어떻든 그 결과를 내지 못한 사람을 동정할 생각은 없네」




고개가 수그러드는 것을 참아내고 대답한다



  「단, 긍정적인 노력을 향해 내밀어 줄 수 있는 손은, 항상 있는 준비되어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네」




안경 너머로 흔들림 없이 맑은 눈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니시키노 선생 눈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세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대답이 나왔다



그 때, 뒤쪽의 현관문이 열렸다


우산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정적을 깨트렸다


마키보다 조금 연상인 어머니가, 이제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남자 아이의 손을 이끌고 나타났다


이름은 쇼타군이다


어머니의 갈색 파카의 등 쪽이 처덕처덕 젖어 있어, 아이의 머리 위에만 우산을 씌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애가 갑자기 열이 나서!」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건지, 이 1년 새에 몇 번이나 진찰했었던 아이였다


마키는 아이 쪽을 향해 걸어가서, 검은 예복인 채로 쪼그려 앉아 쇼타군의 작은 이마에 살짝 손을 얹었다


39도 정도일까


5살 아이지만 남자는 남자, 『여배우』 같은 선생님이 얼굴을 가까이 대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선생님이 진찰해줄 테니깐 괜찮아 우선 열부터 재볼까?」



체온계를 가지고 와 쇼타군에게 건네고, 백의로 갈아입기 위해 진료소 안으로 발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어머니와 아이는 듬직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고, 호시 선생님과 후미씨는 활짝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지만, 마키는 어느 쪽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니시키노 선생님』


  『생일 축하해요』


  『앞으로도 힘내주세요』






4월 19일


진료소 로비의 테이블에는 케이크가 든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근처 케이크 가게의 상자


눈에 띄게 히라가나로 쓰여진 메세지카드가 붙어 있다


조금 전, 보육원에 다니는 사키쨩이라는 5살짜리 여자 아이가, 아픈 것도 아닌데 어머니와 함께 와서 선물로 준 것이다



  「후미씨? 제 생일, 모두한테 말하셨어요?」


  「아무리 수다쟁이라도 그렇게 까진 하지 않아요」



의심의 눈초리를 향한다


후미씨는 부드럽게 웃으며 부정한다


오늘은 진찰을 시작하고 나서 종일 케이크만 받고 있다


수제 케이크를 두개


동네 케이크 가게의 것 하나


옆 동네의 좀 더 큰 가게의 케이크를 하나


그리고 눈앞에 있는 것까지 합하면 5개째이다



  「니시키노 선생님이야말로, 누군가한테 말한 거 아녜요?」


  「말한 적은 있는데, 오늘 가져온 사람들은 아니에요」


  「이런 작은 마을에는 프라이버시 같은 건 없다구요?」



후미씨가 깔깔 웃는다


왕진을 갔던 거의 노인이 다 된 어머님께 말했던 기억은 있지만, 아무래도 거기서부터 확산된 듯 하다


아이들에게 전해져, 그것이 5개의 케이크로 둔갑되고 말았다


이렇게 생일 선물을 받는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밤 7시를 막 지났을 무렵


슬슬 진찰 시간이 끝난다



  「죄송합니다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수고하셨어요 온천여행, 재밌게 다녀오세요」



후미씨가 내일 새벽부터 친구들과 온천에 간다고 하여, 오늘은 일찍 퇴근할 것을 권했다


그녀의 동료는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 주말에 모여 가는 것이 어려운 듯 하다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이 보여, 내일은 마키와 호시 선생님이 진료하기로 했다



  「선생님 멋진 선물, 계속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역시 이 이상 케이크는 먹을 수 없어요」


  「케이크보다 멋진 걸지도 모르잖아요?」


  「글쎄요?」



환하고 상냥하게 미소 짓는다


카키색 잠바를 걸치고 후미씨가 현관을 나선다


혼자가 된다


감이지만, 오늘 밤은 이제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진찰 시간이 끝나면 눈앞의 케이크를 먹고 돌아가야지


합성 가죽 소파에 푹 파묻힌다


1년 전 오늘은 누구에게도 선물을 받지 못했다


마키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아무도 없는 로비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진찰 종료를 나타내는 플레이트를 현관문에 단다


잠깐 밖으로 나가본다


역시 밤은 아직 쌀쌀하다


그래도 진료소의 뜰에 심어져 있는 벚꽃은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옆 마을로부터 오는 버스는 이미 운행이 끝나 있고, 보도를 걷는 사람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밤


문을 닫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적이 찾아온다



다시 소파로 돌아간다


28살의 생일이 조용히 끝나간다


이렇게 시간이란 것은 지나갈 것이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갈색으로 얼룩진 천장을 올려다본다


눈을 감아 이곳에 온 날을 떠올려본다


선생님과 후미씨에게 털어놓은 덕분인지, 이젠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기억하길 쭉 거부했던 마음이 점차 허물어지는 것을 느낀다






ㅡ1년 전 봄ㅡ


호노카


호노카


호노카



도쿄역을 출발한 뒤 바로 몇 번인가 중얼거리고 나니, 갑자기 두통이 심해졌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


더 호노카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마음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


호노카에게 미안하다는 마음


머리가 좌우로 쪼개질 듯이 아파와, 아침밥을 우겨넣고 나선 가만히 시트에 파묻혀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지만 호노카의 메세지는 없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봐서, 더 이상 재기불능의 상태가 되자, 마지막에는 전원을 꺼서 핸드백 안으로 집어넣어버렸다


끝났다


아무렴 어때


절망의 데미지로부터 몸을 보호하려고 한 걸까, 약해진 마음이 『체념』 의 백기를 들어올렸다


째진 눈을 반쯤 열어, 마키는 계속해서 차창 밖의 지루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환승 안내를 하겠습니다』


  『특급△△9호 10시 30분발 ○○행은 12번 플랫폼』



신칸센에서 내린 이곳은, 아직 충분히 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10여개의 플랫폼이 있고, 여러 노선들이 있어서 특급전차의 안내도 요란했다


평소엔 도쿄보다는 비어 있겠지만, 토요일이라 여행객이나 지방에서 놀러 온 젊은 사람들로 홀은 매우 붐볐다



하지만, 마키는 시골에서 놀러온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며, 안내판에 의지해 들어 본 적 없는 재래선으로 환승했다


이미 플랫폼에 머무르고 있는 오래되 보이는 차량에 탑승해, 텅 빈, 가로로 주욱 늘어진 시트의 끝자리에 앉는다


직각의 딱딱한 시트가 마키의 몸을 할 수 없다는 양 받아들인다


붉은 캐리어의 손잡이를 힘없이 쥔다



건너편 좌석에는 드문드문 사람이 있었다


전부 마키의 배 이상 돼 보이는 노인들 뿐


이 차량에 있는 20대는 자신뿐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혼자서 늙게 되는 걸까


그런 거, 아무래도 좋아


절망에 빠지자 마음이 자동적으로 중얼거린다



  『문이 닫힙니다 뛰어들어 승차하는 것은 삼가해주십시오』



10여분이 지나 출발하고, 도시라고 불릴만한 마을에서 점차 멀어져 간다


타탕, 타탕, 선로의 이음매가 리듬을 새긴다


세련된 가게가 들어서 있는 백화점・외국인들로 붐비는 가전제품점・가족들이 붐비는 홈센터


타탕, 타탕


아이처럼 뒤돌아 앉아 마키는 그 경관들을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타탕, 타탕


마을이 점점 멀어져간다


『도시 여자』 라는 최후의 정체성마저 잃어간다


역마다 정차하면서, 전차는 느긋하게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마키를 현실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는다



이윽고 풍경은 적적함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봄을 기다리고 있는 논이 끝없이 펼쳐지면서, 전선은 길게 쳐지고, 도쿄에 있는 마키의 친가보다도 큰 민가가 늘어났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눈 덮인 산맥뿐, 겨울에 휑해진 낮은 산이 바싹 다가왔다


터널을 빠져나올 때마다 건물의 수도 줄어들어 갔다


타탕, 타탕


선로의 연주소리가 어느덧 들리지 않게 되고 있었다


리듬이 몸에 스며들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는 걸까


어디까지 똑같은 경치가 이어지는 걸까


우울해져 눈을 감는다


그러나 잠에 빠지기는커녕, 담배를 피우고 싶어져서 손끝이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내리면 다음 전차를 30분 정도 기다려야 된다


짜증이 난 손가락이 옆머리를 쥐어, 계속해서 다 상한 머리칼을 빙글빙글 돌린다



『곧 ▲▲』



약 2시간


엉덩이가 아파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와중, 전차가 드디어 그토록 몇 번이고 찾아봤던 역에 도착했다


다른 역보다는 타고내리는 손님이 많다


노인들 틈에 섞여 빨란 캐리어를 굴려간다


역 앞에는 무의미할 정도로 큰 로터리와, 포장되지 않은 공공 주차장이 보인다


상가는 있지만, 마키가 잘 아는 체인의 카페나 편의점은 보이지 않는다



『지역 의료』의 연수로 거쳤던 S현 바닷가의 마을은 완전한 시골이긴 했지만, 관광지역 답게 숙박업이나 장사치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다



이 마을은 잊혀지려는 듯한 분위기뿐이다


한물갔다는 듯한 분위기뿐이다


눈 덮인 산에 둘러싸여, 마치 감옥에 갇힌 듯한 인상을 받는다


더구나 전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을 감싸 안아버릴 정도로 춥다


코트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우고, 플랫폼 끝 쪽에 마련된 흡연공간으로 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눈앞에는 긁어모은 눈이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다


추위에 발을 구르며 조금 진정한다


1시간에 1대밖에 없는 버스를 떠올리곤, 심호흡하듯이 연기를 폐 깊숙이 집어넣는다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두 아저씨가 신기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 다 비슷하고 수수한 옷차림에, 지루한 일상밖에 느껴지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


붉은 빛을 띠는 머리카락에 붉은 캐리어를 굴리고 있는 마키의 등장


그것이 오늘 최고의 신기원이라도 되는 양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 시선이 성가셔져서 등을 돌려, 어떻게 그나마 설비되어 있는 자동 개찰기에 표를 넣었다



녹은 눈 때문인지 풍경 전부가 차갑게 젖어 있다


녹슨 자판기에서 따뜻한 캔 커피를 사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두 노인이 식물처럼 미동도 않고 벤치에 걸터앉아 있다


눈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지 의심이 가는 지붕이 올려져 있다


버스는 제 시간에 오지 않아, 도쿄에 있을 때는 절대로 타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버스나 택시밖에 없다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택시로 가는 것은 역시 돈이 아깝다



어차피 이제부터, 나는 아가씨도 뭣도 아니니까



스마트폰을 들어 행선지를 확인한다


누군가의 메세지 따위가 와 있진 않지만, 전파는 잡히고 있다


여기가 시점이여서 일까, 길이 뻥 뚫려 늦을 이유가 없어서 일까, 버스는 시동을 걸고 제대로 기다리고 있다


무심결에 혀를 찰 정도로, 연식이 있어 보이는 버스가 검은 배기가스를 흩뿌리고 있다



차에 타자 허기가 느껴졌지만, 보이는 범위 내에서는 너무 시골스러운 식당밖에 없다


맛도 없는 주제에 신기하다는 듯한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내리는 것도 귀찮아서 포기한다



『××행 출발합니다』



출발하자 바로 캔커피를 딴다


타고 있는 건 운전수를 포함해 4명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채산이 맞을 리가 없다


영업하는 만큼 적자가 날 뿐, 밝은 전망은 찾아볼 수도 없는 자신과 같다



차례차례 버스정류장을 통과하며 지루한 노선을 달려간다


목적지는 연수의실 컴퓨터로 조사했던 이미지를 한참을 넘어섰다


작은 고개와 좁은 분지를 번갈아 지나쳐갔다


4월임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눈에 덮인 적막한 들판


오래된 민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취락


비슷한 경치를 거듭하며, 그것만이 현실이라고 격렬하게 호소한다



한 시간 뒤, 또다시 딱딱한 시트에 엉덩이가 아파져 왔다


재차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을 무렵엔 승객은 모두 사라졌고, 운전수 쪽에서 사투리 억양으로 물어왔다


  『누님, 어디서 내려?』


마키가 내릴 정류장을 말하자, 거기까지 안내도 없이 논스톱으로 달렸다


갈수록 신호도 자동차도 줄어든다


버스 요금표는 벌써 1000엔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점심이 지난 참인데, 마치 저녁과 같은 안타까움이 감돌고 있다



  「누님, 도착했어~」



바깥 경관에 질려 눈을 감고 있던 마키에게 운전수가 큰 소리로 알렸다


요금을 내고 인사를 한 뒤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가 달리고 달려서, 인터넷에서 질릴 정도로 조사했던 마을에 도착했다


산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마키는 황급히 코트 앞을 여몄다


아무래도 좋다고 했지만, 춥다


몸을 둥글게 웅크린다


째진 눈을 좌우로 굴려 주변을 탐색한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건물은 있다


점심이 지났으니 사람도 걸어 다니고 있다


하지만, 활기나 희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다


이것도 저것도 잿빛으로 보이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거칠어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코에서 한숨이 새어나온다


활기도 희망도 없는 자신에겐 딱 알맞은 곳이다


딱 좋다고 생각한 주제에, 약간의 기대마저 빼앗긴 기분에 어깨가 축 늘어진다


오늘부터 살게 될 독채의 위치도 모른다


일단 그 진료소로 가는 수밖에


안내도를 한 손에 들고, 눈이 남아 있는 길을 담배를 피우며 걸어간다



단 몇 분 만에 도착한다



회색 콘크리트 칠이 벗겨져있는 작은 진료소


자신을 감시하며 갱생시켜줄 요양소


토요일 오후는 휴진이지만, 『호시』 라는 특이한 성씨를 가진 선생님이 맞아주기로 되어 있다


손잡이에 『오늘 진찰은 끝났습니다』 라는 팻말이 걸린 유리문을 밀어 연다


정말 무겁다


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을 정도로 무겁다


이런 곳에서조차도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밀려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큰 소리는 내지 못했다


기합이 들어간 젊은이라고 여겨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접수처 너머에 있던 베테랑 간호사가 금방 눈치 채고 다가왔다


선생님, 오셨어요


안을 향해 소리친다


대답을 하며, 듣던 대로 70세에 가까운, 동그란 은테 안경을 쓴 아담한 체구의 노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너무 싫었다


시골을 무대로 한 마이너한 국산 영화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것 같아 싫었다


어려서부터 쭉 1등상을 받아왔는데, 이런 싸구려 히로인밖에 되질 못했다


부끄럽고 한심스러워서, 사라져버리고 싶을 만큼 싫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니시키노 마키입니다」



『부모님의 소개로 왔습니다』 라던가 『신세지겠습니다』 라던가, 그런 인사말은 울적했다


아무래도 좋다고 했지만 싫었다


옆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오로지 귀찮음으로 일관하는 마키를 보고, 호시 선생님은 그저 긴 여행의 노고를 위로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서, 작은 얼굴에 한가득 웃음의 주름을 만들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니시키노 선생 카르텔 만들려는데, 지금 보험증 가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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