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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엔, 죄송했습니다」


그날밤, 우미가 소녀들의 방을 노크하니, 문은 쉽사리 열렸다. 자던 기색도 없이, 떨던 기색도 그 표정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만 조금, 안색이 나빴다. 오늘 하루, 분명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이겠지. 우미는 가능한 한 상냥하게 들리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들에게 말한다.


「오늘 저녁엔 저희는 없을 테니, 식사만이라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망설이면서도 수락해준 것에 안심하고, 우미는 어제의 그 방으로 다시 불렀다.

우미는 에리와 마키에게는, 그녀들이 식사중일 때엔 들어가지 않도록 부탁해두었다. 둘은 특히 신경 쓰지 않고 수락했다. 본디, 우미와 그들이 저녁을 먹는 때는 좀 더 늦은 시간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소녀들이 이 성에 와서, 한 번 괴로운 마음을 가진 우미의, 마음대로 해주자는 생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뒷정리는 박쥐에게 시키겠으므로, 식사를 마치시면 식기는 그대로 둬주세요」

「아, 그려도, 뒷정리 정도는, 내들이」

「……그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노조미의 말에 끼어들어, 우미는 계속해 말한다. 두 사람은 신기해하며, 그리고 조금 불안해하며, 우미를 바라봤다.


「식사가 끝나시면, 거실에 와주실래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예」


우미는 미소를 흘리며, 「에리는 질려할지도 모르겠지만요」라고 말했다. 우미는 그녀들을“자신들과는 종족이 다르니까”“그저 먹잇감에 불과하니까”라며, 딱 잘라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미는, 인간을 좋아하는 해괴한 뱀파이어였다.

그래서 선인에게 손대지 않고, 악인만을 노리게 되었다. 그리하여서, 우미는 인간—특히 우미가 아끼는 『선량한 인간』을, 지켜나갈 생각이었다. ……그리하는 것으로, 이런 피해자를 낳게 된 것을, 알게 된 이틀 전까지는.

하지만 그녀는, 틀렸다는 걸 알게 된 지금에서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도, 뭘 얘기하믄 될지…」

「뭐든지 좋습니다. 두 분이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오셨는지, 같은」


식사를 끝낸 둘이 거실을 찾아가니, 재촉되어 소파에 걸터앉았다. 우미는 테이블을 사이에 둔 맞은편 소파에 앉고--. 그리곤, 거의 같은 타이밍에 에리가 우미의 옆에 털썩 앉았다.


「나도 들어볼까」

「에리」

「그래, 마키는 어쩔래?」


여전히 조금 떨어져서 책을 읽는 마키에게 에리가 말을 거니, 힐끗 이쪽을 바라본 마키는, 바로 책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관심 없어」


하지만, 이 거실에서 이동하는 일은 없이. 그런 모습에 두 언니는 키득거렸다. 노조미와 코토리는 얼굴을 마주보고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온 생활을, 조금씩 뱀파이어들에게 말해갔다.


--그 후로 삼십분 후, 에리는, 우미에게 지적받을 정도로 대폭소 했다.


「에리, 그렇게 웃으면 실례예요」

「아, 아니, 그래도, 아하하!」


에리의 모습에, 노조미와 코토리는 눈을 깜빡일 뿐. 왜 웃는지 모르는 듯도 했다. 소녀들의 이야기한 것은, 에리와 우미가 특히 관심을 가진 『뱀파이어에 관한 전설』. 인간들이, 자신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전해졌는가, 이 수백년간, 전혀 접촉이 없었던 만큼, 신경 쓰였다고, 그리 말해서. 그리고 몇 가지를 말하는 사이, 몇 번이나 웃음을 참는 기색이 보였지만, 노조미가 『뱀파이어에게 흡혈당하면 권속이 된다』라고 말하고는, 에리가 자지러졌다.


「그런 이야기가 되었었다니~. 인간들은 참 재밌어」

「아, 아니, 야…?」


코토리가 불안하게 되물으니, 우미가「흡혈하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되진 않아요」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애초에, 그 말대로라면 내가 흡혈한 아이들은 어떻게 무사한 거야?」

「아, 그건, 성수가」

「성수, 말인가요」


노조미와 코토리가 아는 전설에서는, 24시간 안에 상처에 성수를 뿌리면 괜찮아지는 것으로 되었다. 그것에 대해서도, 또 에리가 어깨를 떨며 웃었다. 에리가 웃는 탓일까, 우미도 참을 수 없는지 고개를 숙이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고, 또 마키도, 떨어진 곳에서 고개를 돌린 상태였지만, 가끔씩 어깨가 떨렸다.


「어떤 성분일까. 신경 쓰이네」

「후, 정말, 그만두세요, 에리」

「어머, 내 탓이야?」


노조미와 코토리가 말하는 전설은, 통째로, 사실과는 달랐다. 일의 원인을 아는 것도 있으면,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되었는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라며 에리와 우미가 말할 정도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소녀들도 웃음이 나오는지, 몇 번이나 웃음을 보였다.


「태양빛을 쐬면 재가 된다니……뭐야 그게. 무서워」

「으-응, 뱀파이어에게 대응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따위를 생각한 끝에 만들어진 전설일까요. 아, 그리 되진 않아요?」

「그, 그렇구마……그래서 아침에도 멀쩡히 돌아다녔어」

「아아, 그래서 두 분이 놀라셨던 거군요」


처음으로 맞이한 아침을 떠올린 노조미가 그리 말하니, 우미 또한, 동의하듯 끄덕였다.


「야행성일 뿐이야. 태양 아래에서도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어. 그저 엄청 졸리지」

「에리는 어두운 곳에 약하니까요」

「그만해?」


에리가 초조한 듯이 진지한 얼굴로 우미를 돌아봤다.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어둠을 싫어하는 뱀파이어--. 코토리는 뜻밖에, 뿜듯이 웃어, 뒤따르는 듯 노조미도 파들파들 어깨를 떨었다.


「잠깐, 코토리쨩, 내, 참았는디…!」

「미, 미안, 해……, 흐, 흐흣…」


둘이 웃기 시작한 것에, 처음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에리와 우미였으나, 두 사람에게 답하듯이, 에리와 우미도 웃었다.


「아~아, 엄청 웃음거리가 되어버렸어…」

「웃는다구요, 누구든. 야행성이 밤이 무섭다니. 하하」

「우미~?」

「하하하」


뱀파이어 둘이 눈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다투는 것도, 지금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소녀들에게는 재밌는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소녀들은 계속해서 웃었다.



 그 밤으로부터 , 며칠.

느긋이 서로 이야기한 탓인가, 뱀파이어에게 경계를 누그러뜨린 소녀들은, 뱀파이어들과 매일 밤, 함께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아무런 변화가 없이 그 나날을 지나, 조금은 스스럼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연히도, 그런 나날을, 길지 않았다.


「--콜록」

「……」


저녁 자리에서, 갑자기, 우미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실례」라며 짧게 말하고, 물잔을 비웠다. 목이 마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보던 소녀들이었지만, 기침이 가라앉아도, 우미는 눈살을 찌뿌리며,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저기, 우미씨, 괜찮아……?」


코토리의 말에, 괴로운 표정인 채로 우미가 살짝 무리하게 웃어보였지만. 그 눈이 살짝 붉게 색을 바꾼다. 핫 하고 급히 숨을 들이킨 코토리를 보고, 우미는 당황하여 얼굴을 숨겼다.


「……우미」

「아뇨, 괜찮, 습니다」


손에 든 식기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에리가 우미를 불렀다. 그런 에리의 표정도 드물게 험했다. 우미는 얼굴을 들려고도 하지않았다.


「……역시, 네 쪽이 빨랐네」

「그만, 하세요」


소녀들도, 손에 든 것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대부분 감이 잡혔다. 테이블 아래에선, 소녀들은 잠시동안, 서로 손을 잡았다.


「우미, 배고픈 거야?」

「……으, 마키, 아뇨, 저는」

「배고픈 건 당연하지. 나는, 이 아이들이 오기 며칠 전에 식사를 해뒀지만. 너는 그렇게 식사를 해두진 않았잖아?」

「에리, 그러니까……으」

「--우미」


둘의 말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우미의 말을, 에리가 가로막았다. 에리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굳게 엄격했다. 그에 마키는 입을 다물고, 우미도, 야단맞는 어린아이처럼, 약한 눈을 보였다.


「생명에 연관되는 일이야. 그 이상, 늦출 수는 없어. ……우미, 각오는 해뒀어?」


고개를 숙인 채로, 우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소녀들은 아무 말 않고, 앞날을 지켜보았다.


「그녀들을 먹고 싶지 않아요. 그녀들의 마을도, 이젠, 습격하고 싶이 않아요」

「……그래」


우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확실히 알아들을 순 있었다. 에리는 그 말에, 천천히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금의 침묵 뒤, 느긋이 눈꺼풀을 열어, 소녀들을 바라봤다.


「라는데. 우리는 너희들에게 손을 대지 않을 거고, 너희의 마을도, 더 이상 습격하지 않아. ……다른 사냥터를 찾을 거야. 일단 이건 결정, 너희를 여기서 해방할지는, 또--」

「그건, 기다리라」


노조미가, 에리의 말을 가로막았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게 울려, 고개를 숙인 채 우미가 조금 놀란 듯이 머리를 들고, 에리조차 그 얼굴에 의아한 기색을 띄웠다.


「제물로서, 내들은 여기 있는 거니께, 역할을 끝내게 해줘. 우리 대신 누군가가 피해 받는다면, 여기 온 의미가 없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고 있어?」


노조미가 끄덕이는 것과 함께, 코토리도 끄덕였다. 둘의 의지라는 건가. 에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에리는, 우미만큼 인간을 생각하진 않고, 그녀들을 소중히 여기진 않는다. 하지만, 우미처럼 상냥한 자가 그것을 생각할 정도로, 그녀들의 불행은 알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것을.


「내들은, 불쌍한 인간이 아니다. 선택받아, 그리고 “스스로”이곳에 왔다」


노조미의 눈은, 분명한 각오를 보였다.

에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들은, 소녀들이 요구한 걸 바르게 이해했다. 다른 누구도 희생되지 않게, 『역할』을 요구한 그 의도가. 그것은, 일시적인 식욕을 위해 목숨을 거는 희생이 되는 것보다 훨씬 잔인한 일이었다.


「너희는 계속 여기서 먹잇감으로서 살게 돼. ……그런, 각오가 있어?」

「에리--」

「……우미, 지금은 조용히 있어」


에리는, 소녀들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소녀들도, 에리를 보았다.

인간들이 기르는 가축과도 같다. 삶만을 계속한 채, 생산을 계속하며, 먹이가 된다. 그녀들의 피가 먹이가 될 수 있는 한, 에리와 우미는 다른 이를 습격하지 않는다면, 인간들이 처음에 바란 것. 『제물을 대신하여, 마을을 습격하지 않는다』라는 바람을 이루어주는 것이겠지. 『희생』--처음의 들은 것과는, 전혀, 무게가 다르다. 터무니없는, 희생이다. 겨우 인간의, 그저 소녀가. 무슨 역할을 짊어진 것이라고 말하는가.


「--네」


상의하지도 않은 둘은, 동시에 끄덕였다.

그 표정에 두려움은 있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에리는, 입술을 깨물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너희는 마을을 떠났을 때, 진심으로, 정했던 거구나. 물렀던 건 우리 쪽이었어……」


길게도 숨을 내뱉은 에리의 옆에서, 「에리…」라며 불안하게, 우미가 그 이름을 불렀다. 에리가 얼굴을 가리던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리고, 우미에게「미안해」에게 말했다.


「에리…?」

「그녀들의 요청이야, 마시자」


우미는 잠시 에리를 바라보고, 입을 일자로 모은 후,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라며 입에 올린 말은 쉬어서, 잘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에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라며 에리가 말하자, 우미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마키는 지금대로지만. --우미, 너도 이제부터는, 내 피로 참아줘」

「……네?」

「너는 이 아이들의 피를 마실 수 없지? 죄가 있으냐 없으냐를 따지면, 나는 있을 거야. 마실 수 있겠지」


에리가 일어서고, 소녀들도 뒤따라 일어선다. 에리는 노조미를 끌어당겼다. 목덜미에 손가락을 대어, 옷깃을 거뒀다. 겉으로 드러난 흰 살갗. 에리도 제 나름대로 굶주렸다. 오랜만에 하는 식사에, 목을 꿀꺽하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자, 잠깐만! 내가, 먼저--」


코토리가, 흡혈을 저지했다. 에리는 방해받은 건 별 일이 아닌지, 재촉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저, 어째서인지, 그 이유를 모른 채 에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차이점이라도 있어?」

「있어요, 사실은……사실은 내가 노조미쨩을 지켜줬어야 했는데」

「코토리쨩」


계속해서 코토리한 말은, 에리의 행동을, 막을 만큼의 사실이었다.


「나는 그 마을의 통치자의 외동딸이에요. 누구보다도 제물로서 어울린다고, 뽑혀서, 여기에 온 거야」


싸아, 방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숨을 들이킨 건, 에리나 우미뿐만이 아니라. 「그런」하고 작게 속삭인 것은, 마키였다.


「자기 딸을……?」

「아마도, 주민들이 시킨 거겠지. ……통치자도, 피해자라는 거네」


거기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아마 마을 주민은 혼란하여, 그 통치자를 향한 불만이 높아져만 갔을 터이다. 에리와 그들은 인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전설의 내용조차, 얼마 전 그녀들에게 들은 것이 처음. 그 말은 즉, 인간들도 뱀파이어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모르지만, 사냥꾼. 공포만이, 아무것도 모른 채 높아져만 가고, --혼란해한 것이다. 대차, 에리와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인간들에게 죄 깊은 존재인지, 확인했다.


「알았어」

「……으,」


에리는 수긍하고, 노조미를 조금 옆으로 서게 이동시키고, 코토리에게 한발, 접근했다.

노조미는 한순간, 에리를 막으려고 반응했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다. 노조미는 무엇인가를 버티려는 듯이 숨을 멈추고, 몸을굳히고 고개를 숙였다. 코토리의 각오를 방해하는 건, 자신의 감정으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에리는 그것을 눈치챈 듯이 흘끗 시선을 향하면서, 코토리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에리의 손을, 우미가 잡아챘다.


「우미?」

「그녀는 제가, 흡혈하겠습니다」

「뭐? ……그렇지만, 너는」


에리가 어리둥절해하는 틈에, 우미는 코토리를 끌어당겼다. 붉게 흐트러졌던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호박색으로 돌아왔다. 흡혈 충동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언제나 상냥한 눈동자는, 그 부드러움을 띄운 채, 에리를 향해 슬프게 미소지었다.


「악역을 언제나 에리에게 밀어붙이는 건, ……꼴사납잖아요? 선으로서 있으려고 얼마나 바라여도, 저는 뱀파이어, 인간 모두에게, 악, 이니까요」

「우미……」


에리가, 슬픈 표정을 띄운 동생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보다도 언니다운 그 표정에, 우미가, 살짝 웃었다. 그리고, 코토리을 향해 섰다.


「실례하겠습니다」


코토리는, 우미의 말에, 천천히 끄덕였다. 우미는 코토리와 눈을 마주쳐, 똑같이 한 번 고개를 끄덕여, 살짝 몸을 숙여 코토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노조미는, 그 모습을, 숨을 참으며 바라보았다. 코토리를 위해, 노조미는 막을 수 없었다. 소녀들은, 스스로 그걸 바랐으니까. 제물은 노조미 혼자가 아니라, 두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노조미에게 코토리가 다친다는 건 참을 수 없이 괴로운 일이었다. 노조미의 몸은, 제멋대로 떨렸다. 꼭 하고 작은 주먹을 쥐고, 입술을 깨물면서, 코토리의 목에 이빨을 세우려는 장면을--

하지만 그 장면은, 노조미의 눈에는 비치지 않았다. 에리가, 그 시야를, 손으로 막아, 노조미를 끌어당겼다.


「……너는, 이쪽이야」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고는, 노조미를 에리를 향하게 돌렸다. 그것이 에리의, 상냥함이었을 지도 모른다. 노조미에게 이제는, 코토리가 보이지 않았다. 에리도 노조미와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몸을 숙였다. 등을 살살 톡톡 토닥이면, 노조미는 드디어 숨을 쉬기 시작해, 몸에 힘을 뺐다.


소리 없이, 뱀파이어들이 소녀들에게 이빨을 세운 그 밤. 누구에게 보이지도 않는, 칭찬받지도 않는 장소에서. 소녀들은 이 성에서 살기로, 그리고 죽기로, 정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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