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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 약속 하나 해줄 수 있니?」


 갑자기 튀어나온, 아빠에게서 전하는 교섭의 말.


「…뭘?」


 아빠가 그렇게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이, 니코는 아빠의 얼굴에 귀를 갖다 댔다.


「…만약… 아빠가 먼 곳으로 떠나버릴 때는, 아빠 대신 니코가 모두를 미소로 만들어줬으면 한단다」

「…아빠 대신? 아빠, 어디 가는 거야?」

「……만약의 이야기야. …니코가… 약속해줬으면 좋겠네」


 병실 침대 위, 산소마스크를 쓴 아빠가, 쉰 목소리로 니코에게 말을 했다.


「엄마는 말이지, 저렇게 일도 잘 해내는 강한 여자지만, 사실은 정말 외로움을 잘 탄단다.

 코코로와 코코아가 태어날 때는, 니코가 엄마의 손을 잡아주지 않겠니?

 

 …니코가 가족을 지켜줬으면 좋겠단다」


 아빠는, 태어날 동생들의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니코는 살짝 슬퍼져서, 솔직한 마음을 아빠에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동생들이 태어나면, 엄마도 아빠도 니코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거잖아」


입술을 깨물며 말한 니코가, 아빠는 이상한 듯 웃었다.

 커다란 손으로, 꼬옥 니코를 안아주셨다. 커다란 손으로 등을 쓰다듬으셨다.


「…몇 년이 지나도, 얼마나 떨어져 있다 해도, 아빠는 니코를 사랑한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아」

「아빠 눈은 그렇게 크지 않잖아?」

「하하, 만약의 이야기야… 니코를 위해서는, 아빠도 엄마도… 어떤 아프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견뎌낼 수 있어.

 …내 보물이니까. …아빠는 행복한 사람이야.

 물론 엄마도 행복한 사람이야. …하지만, 엄마가 울어버릴 때는, 니코가 위로해줬으면 한단다」

「…응…… 니코, 엄마가 좋으니까, 잘 위로해줄게…?」


 그런 니코의 말에, 살짝 안심한 듯한 아빠는, 눈을 살짝 찌푸리며 말하셨다.

「…알고 있니? 아기가 태어날 때, 여자는 엄청난 아픔을 참으면서 아기를 낳는단다」

「에?? 아픈 거야??」


 지금까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 건.

아기는, 뿅 하고 배꼽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 엄마가 니코를 낳을 때도, 엄청 아픈 걸 힘들게 참으면서 니코를 낳았단다」

「…엄마, 아파서 울었어…?」

「…전혀 울지 않았어. 반드시 힘내서 낳고 말겠다고, 아빠에게 몇 번이나 말했지.

 하지만, 니코가 겨우 배에서 나온 다음에는, 엄마는 엉엉 울었단다」

「…엄마, 니코가 아프게 해서 화났어?」


「…전혀. 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고「해냈네」라며 웃었어. 엄마는 기뻐서 울었던 거란다」

「아픈데 왜 기쁜 거야…?」


「……엄마가 니코를 사랑해서 그런 가야. 아무리 아파도, 껴안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러운 존재니까.

 아빠도 물론 그랬단다… 아빠가 얼마나 니코를 사랑했는지… 분명 엄마가 알려줄 거야」

「……응. 니코도 아빠랑 엄마를 사랑해. 엄청 사랑해」 


아빠의 손이, 니코의 뺨을 쓰다듬었다. 역시 아빠는 웃고 계셨다.

 그래도, 어재선지. 마른 아빠의 뺨에, 무언가가 흐른 듯한, 물 자국이 보였다.

니코는 이날, 아빠와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다.

 행복한 꿈을 꾸었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동생들과 니코와 엄마가, 행복하게 놀고 있는 꿈이었다.

그곳에 아빠는 없었고… 살짝 먼 곳에서, 떨어져서 니코를 바라보고 계셨다.


 니코가 눈을 떴을 때, 아빠는 먼,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있었다.

그날 아침의 전화로, 오늘이 고비라는 것을, 엄마는 눈치 채셨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다.


 장례식 때도, 영결식 때도, 엄마는 커다란 배에 손을 대고, 표정을 굳힌 채 있었다.


엄마는 평소와 달라지지 않으셨다. 하지만, 전보다는 웃지 않게 되셨다.

집안일이 힘들어질 때는 니코가 도와줬다.

「미안해, 니코」라며 사과하는 엄마에게 니코는 항상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어느 겨울날의 일.


 초등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아빠가 돌아가시고 더 이상 병원에 들르지 않게 되고 나서, 니코는 살짝 심심해져있었다.

방과 후에 아빠와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없었다. …오늘 엄마는 친척집에 아빠의 짐을 정리하러 갔다.

그래서, 돌아가도 아무도 없다.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리가 니코를 병원으로 이끌고 있었다.


 길가에서 멍하니 걷고 있었다.

 아빠가 살아있을 때는 짧게만 느껴졌던 병원까지의 길도, 이렇게 그저 걷고 있으니,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다.


「……」


그때, 한 대의 차가, 끼익 소리와 함께 니코의 옆에 멈췄다.

 무심코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놓치고 말았다. …모처럼 길가에서 예쁜 꽃을 찾았는데.

 조수석 창문이 점점 내려가더니「니코!」라고 이름을 불렀다.


거기에 타고 있던 건 친척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 니코가 멍하게 서있으니, 차에 타고 있던 아주머니가「어서 타렴!」하고 외치셨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뒷자리에서 얼굴이 새파래진 채로 문에 기대어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


창문에 손을 올리고, 안의 사람을 확인한 니코에게, 아주머니가 말하셨다.


「진통이 오고 있어!!! 아기가 태어날 거야!!」

「……엣……?」



 


  드디어, 이날이 오고 말았다.


니코는 엄마와 같이 뒷좌석에 앉았다. …엄마의 얼굴에, 땀이 또르륵 떨어지고 있었다.

아픈 듯이 숨을 뱉어내면서, 배에 손을 대고 계셨다. …엄청 힘든 듯이 숨을 내뱉고 있었다.


엄마가 앉아있는 시트가, 젖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 아주머니…! 엄마 의자가, 젖고 있는데…」


 니코가 조수석을 향해 당황한 채로 말을 하니, 아주머니는 뒤를 돌아보고 그 광경을 보았다.

「파수했어… 당신, 서둘러!!」라고,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니코는 왠지 무서웠다

…엄마에게「아파…?」라고 물어봐도, 엄마는 계속 힘들어하기만 할 뿐이었다.

 커다랗게 부푼 엄마의 뱃속에 니코의 동생들이 있다. …복잡한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엄마를 이렇게 만드는 동생들. …역시 니코는 솔직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빠가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래. 엄마가 니코를 낳을 때도, 엄청 아픈 걸 힘들게 참으면서 니코를 낳았단다」』


…니코도, 이렇게 엄마를 아프게 했던 걸까…?

이럴 때… 아빠는 니코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랑하는 엄마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니코 같은 건, 태어나지 않아도 좋아, 라고 한 순간이라도 생각했으려나…?

 …지금 니코처럼, 「원하지 않아」라고… 그런 말을 했던 걸까…?

 

병원에 도착했을 때, 곧바로 들것을 가진 간호사들이 찾아왔다.

아저씨는 필사적으로 사정을 설명하고 계셨고, 아주머니는 냉정했다. 여자는 강하다고 아빠가 말했었는데, 바로 그 광경이 보이는 듯했다.



엄마가 차에서 받쳐져서, 그대로 사람들이 들것에 태웠다.


 …니코는 움직일 수 없었다. 무서워서…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마…」라고 작게 불러보았지만, 니코의 목소리는 주변의 소음에 흩어지고 말았다.

아주머니는「니코는 여기에 있으렴」이라고 하며, 손을 잡으셨다.


엄마를 태운 들것이,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엄마가 탄 들것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엄마가 소중히 지니고 계시던「부적」이었다. 엄마의 호주머니에서, 그게 떨어졌다.

아빠가 엄마에게 준 선물. 「……」니코는 아주머니에게서 손을 뗀 채 뚝 발걸음을 멈췄다.


 “니코가 가족을 지켜줬으면 좋겠단다”


「……―――…읏……」


또, 아빠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니코는 달려갔다. 그 부적을 주웠다. 그리고 실려 가는 엄마 곁으로 달려갔다.

 죽을힘을 다해 쫓아갔다. 돌진했다. …따라잡았다… 늦지 않았…어!

간호사들이 놀랐지만, 니코가 손에 쥔 부적을 보고, 살짝 뒤로 물러나주었다.


「엄마…… 엄마!!! 봐!! 아빠의 부적이야!! 이거 꽉 쥐고 있어야 해!」


 니코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엄마의 어깨를 흔들었다.

이마에 식은땀을 흘릴 만큼, 아파 보이는 엄마가 눈을 떴다. 엄마의 눈에 비친 건 분명 부적과 니코의 손뿐이겠지.

간신히 엄마가 눈을 뜨고 그 부적을 본 후,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꽉 쥐셨다.


  “니코는 언니가 되는 거란다”


 …있지, 아빠. …가족을 지킨다는 게,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니코는 분명, 언니가 되기 위해서, 이 아이들보다 먼저 태어난 거지…?

――그런데도, 니코는 어째서…「필요 없어」라던가, 「싫어」같은 말을 잔뜩 해버린 걸까.

 어째서 좀 더, 아빠처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지 못했던 걸까.…

 엄마가 이렇게 힘내고 있는데, 어째서 니코는 엄마 혼자 힘내도록 볼 수밖에 없는 걸까…

…바보네… 니코는 정말 바보다. 제대로 말해야 했었을 말은 따로 있었을 텐데.


 니코의 안에서, 무언가 커다란 것이 변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동생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랑을 독차치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야… 지금까지 니코가 받았던 수많은 사랑을, 이젠 니코가 동생들에게 줘야 할 차례야.

그러니까, 니코는, 이 아이들보다 먼저 태어나, 가족의 따뜻함을 알려주기 위해, 언니가 된 거겠지…


 니코는 숨을 들이마셨다. 제대로, 확실하게, 엄마에게 들리게 말했다.



「…엄마… 힘내… 힘내야해…!

 만약 코코로랑 코코아가 태어나면 말야, 니코가 잔뜩 돌봐줄 테니까!

 엄마를 꼭 도와줄게…!!」


힘들어 보이는 엄마의 손을, 작은 양손으로 꼭 쥐었다.

엄마는 니코를 보고, 아픔에 이마를 찌푸리면서도 상냥하게 미소를 보여주셨다. 끄덕, 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있으니, 어째서일까, 니코의 눈이 조금씩 뜨거워져갔다.

기도를 드리듯이, 엄마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엄마도 니코의 손을 꼭 잡아주셨다.


 아빠랑 약속했어. 동생이 태어날 때는, 니코가 엄마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아빠가… 아빠가 없어도, 아무도 외롭지 않게, 니코가 미소로 만들어줄게…!

 니코, 아빠랑 약속했어… 니코가 모두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했어…」


 어떤 일이 있어도, 니코가 미소를 짓게 해줄게.



「그야, 니코…는… 코코로랑 코코아의, 언니니까…!」



니코의 가슴 속에서, 확실한「꿈」이 싹텄다. 전 세계의 사람, 이라는 사치스러운 말은 하지 않아.

하지만, 내 눈에 비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만약 인생의 길에 막히고 괴로워할 때.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아서, 외롭고 슬픈 꿈을 보고 말았을 때.

 내밀었던 손을 뿌리쳐져서, 세계에 혼자 남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때.。


 …단 한 순간이라도 좋아. 그럴 때는, 마치 꿈처럼 날아와, 마음 깊이 웃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좋겠어….


니코의 웃음을 보고, 이끌리듯이 피어난 웃음이라는 감각을,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무릎을 안고 방구석에서 쓸쓸히 울지 않도록… ――니코는, 그런 태양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니코는, 그런 언니가 될 거야… 꼭 되고 말거야.


「코코로, 코코아, 힘내! 언니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잔뜩 귀여워해줄… 테니까…! 밥도 언니가 먹여줄게.

  케이크도 같이 나눠먹자, 둘에겐 커다란 쪽을 줄게…!

 사과 껍질 벗기기도, 요리도 엄마처럼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

 소풍 갈 때는 니코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가지고 가자…!

 아빠처럼 키가 크지는 않지만…… 꼭 안고, 함께 가줄게…

 마법의 주문도 알려줄게… 니…… 니코니코니-, 라고 하는 거야…!」


 커다란 물방울이, 주르륵 뺨에 흘러갔다. 목이 메어서, 오열과 함께 전부 토해냈다.

 잘 들리니…? 어서 나오렴. …힘내, 잘 태어나야 해.   


엄마의 배를, 처음으로 쓰다듬었다.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

 동생들과 엄마가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가득 담아, 잔뜩 쓰다듬었다.

엄마가 아랫입술을 깨물었을 때, 옆을 향해 누워있는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들것에 스며들 만큼 펑펑 흘러내렸다.


「…왜 그래, 엄마, 아파?」그렇게 물으니, 작게 고개를 흔드셨다.「…아냐… 아니란다…」라고 하셨다. 다 갈라진 목소리.

 

아빠에게 받은 부적을 엄마의 오른손에 꽉 쥐어줬다. 엄마는 그걸 입술에 가져갔다.

 엄마가 언제나 소중히 지니고 있던 부적. 아빠가 엄마에게 맡긴 소중한 부적.

 고등학생, 첫 데이트 때 아빠가 사준 부적.

 …엄마에게 있어, 아빠와의 추억이 잔뜩 스며들어 있는 소중한 보물….


 그런 추억을, 언제나 즐겁게 이야기하던 아빠와 엄마.


 엄마는 부적을 손에 쥐고는, 눈물을 엄청 흘렸다. 눈을 꽉 감고… 단 한번, 아빠의 이름을 불렀다.

 

 언제나 엄마는 아빠를「아빠」라고 불렀다.

 결혼을 하고, 니코가 태어나고 나서는 한 번도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이제 와서 이름으로 부르는 건 부끄럽다고 말하셨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단 한 번이지만… 사랑스럽게 아빠의 이름을 부르셨다.

 아빠도 엄마를 사랑했지만… 엄마도 아빠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니, 슬퍼져서…


장례식에서는 전혀 울지 않으셨는데, 이제야 아빠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된 걸까…


 엄마의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니코가 했던 것처럼 닦아주었다.

 「…역시 니코는, 아빠 딸이네… 아빠도… 이렇게 엄마의 손을 잡아주었거든…」


  

    니코가 태어나던 날.



아빠는 엄마에게 꼭 붙어서 엄마의 손을 잡아주셨다고 하셨다.

니코의 탄생을, 마음 깊이 바라고 있었다고 하셨다.

  니코가 태어나는 그 순간까지 격려의 말을 했다고 하셨다.

 엄마가 아파서 얼굴을 찌푸리면, 아빠도 얼굴을 찌푸리셨다. 엄마가 숨을 뱉으면 아빠도 숨을 토해냈다고 하셨다.

 그런 아빠가 재미있어서 엄마가 웃으면… 아빠도 따라 웃었다고 말하셨다.

 분만실에서 너무 웃어버려서, 아프던 배가 더 아팠다고 말하셨다.


 니코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아무리 일로 지쳐도, 아빠는 매일 니코를 안아주셨다고 한다.

 니코가 울면 먼저 분유를 타오셨고, 안아주고, 니코가 웃을 때까지 쭉 웃고 있었다고 하셨다.

 니코가 떼를 쓸 때는, 손을 잡고, 니코가 마음이 풀릴 때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셨다고 한다.



 아빠는… 가족을 사랑하고… 상냥하고… 어느 때라도 소중하게 여기셨다.

 힘들 때일수록 웃는 사람이셨다. 외로울 때일수록 미소를 짓는 사람이셨다.


   그렇게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함께 웃어줄 거라고, 그렇게 말하셨다고 한다.


   아빠는,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니코를 사랑해주는 사람이셨다.

 …――니코의 아빠는, 그런 아빠였단다, 라고…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내게 가르쳐주셨다.


 “…아빠가 얼마나 니코를 사랑하고 있는지… 분명 엄마가 알려줄 거란다”


「…니코도… 이 아이들을 사랑해줄 거니…?」

「응……!! 잔뜩… 사랑해줄게…」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엄마처럼 예쁘게 울 수는 없었다.


 슬프지는 않은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 눈물이 확실히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건 알았다.

 …아빠가 하지 못했던 말들을, 니코가 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거야.


「코코로도 코코아도, 니코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는 거야…

 니코는 코코로와 코코아에게 잔뜩 사랑을 나눠주기 위해, 먼저 태어나 언니가 된 거야…!

 그러니까 꼭…… 건강하게 태어나야 해…!!」


 동생들에게 전하는, 언니로서의 말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분만실로 옮겨졌다. 니코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슥 눈물을 닦았다.

 울보는, 지금은 잠깐 봉인해두자.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 보다,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로 남겨두자.


 방심하면 무심코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얼굴에 바짝 힘을 주었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양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콧물을 몇 번이나 들이마시며 눈물을 참았다.


  「수술중」이라고 빛나는 빨간 전등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이 태어나는 소리는 확실히 니코의 귀에 닿았다.

 니코의 동생들이, 「태어났어」라고 합창하고 있다.

힘찬 목소리. 니코보다 목청이 클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니코는 양손에 주먹을 쥐고「야호!!」라고 외쳤다.


함께 기다려준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껴안고, 기쁨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너무 긴장하고 있었던 탓에, 니코는 곧 탈진해 넘어지듯이 쓰러졌다.

그대로, 잠이 들듯이, 눈꺼풀이 떨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엄마와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눈을 뜨니, 타올에 감싼 무언가가, 니코의 눈앞에 있었다.


멍하니 그 타올을 쳐다보고 있으니, 엄마가 니코가 깨어난 걸 깨닫고, 「…잘 잤니?」라고 물어봤다.

이제 엄마의 얼굴에, 식은땀은 흐르지 않았다. 평소대로의 귀여운 엄마다. …화장을 하지 않아서, 얼굴이 살짝 옅었지만.


 점점 머리가 맑아지고, 니코는 움찔했다.


「…아, 아기는…!!!??」


 커다란 목소리를 내는 니코에게, 엄마는 당황해서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

그걸 보고, 순간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엄마는 빙긋 웃으며, 니코의 앞에 있던 타올에 싸여있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타올을 살짝 넘겨보니… 그곳에는, 정말 작고 작은 두 개의 자는 얼굴이 보였다.

 거기에서 자고 있던 건, 코코로와, 코코아였다.


 …태어났구나… 니코의, 동생… …니코는, 언니가 됐구나…



 지그시, 가까이서 둘을 관찰하는 니코. …왠지 원숭이 같았다. 사진에 있었던, 니코 같았다.

하지만, 동생들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따뜻한 마음이 넘치고 있었다.


그때, 동생들이 콜록… 콜록… 하고, 헛기침을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쭈글쭈글한 원숭이 같은 얼굴이, 더욱 쭈글쭈글해졌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두 아기들이 목소리를 높여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어머, 깨워버렸구나」라며 배를 쓰다듬어줬다.


 작은 입술과 코를 움직이고, 눈은 감은 채로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흔들고.

손을 버둥거리며 움직이면서, 힘찬 소리로 울고 있었다.

 

둘의 몸 사이에, 자그마한 부적이 끼어 있었다. 아빠가 엄마에게 준 부적. …아아, 어째서일까.

 지금 이제야, 아빠가 했던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족이 늘어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그 울음소리에 이끌리듯이, 니코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뭐야, 왜 눈물이 나오는데…」

「후후, 상대는 아기란다, 니코」


 참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흘러나오는 눈물이 있었다.

물이 흐르듯 주륵주륵, 니코의 의지는 무시한 채 그저 흘러내리는 눈물이 있었다.

 니코는 살며시 동생들의 작은 두 손을, 한 손으로 잡아보았다.

 ――…아빠. 니코, 지금 동생들의 손을 잡고 있어…

 …있지, 아빠. 니코, 왠지 가슴이 꽉 찬 것 같아.


 가족이 늘어나는 행복이란 게, 이런 따뜻함을 말하는 거였구나…


 작은 니코의 손보다도, 훨씬 더 작은 동생의 손.


 울음을 멈추지 않는 동생들에게, 니코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말랑말랑 한 볼을 손으로 살짝 잡으니, 다시 울었다.


 이건 응석만 받아주다간, 울보맨이 돼버리겠네…!

「…잠깐, 코코로! 코코아! 울기만 하면, 니코처럼 귀엽게 될 수 없다구!」

「아기는 우는 게 일이야. 좀 봐주렴. 그리고 니코도 콧물 나오고 있단다」

「…으… 훌쩍… 어쩔 수 없네, 코코로, 코코아! 니코를 봐봐」



 “니코니코니-!!”

 

  니코는 동생들에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아빠 손가락과 엄마 손가락, 아기 손가락을 세우고, 얼굴 옆에 붙였다.

 미소의 주문. 나만 알고 있으려고 했던 최고의 마법이지만, 너희들에게는 특별히 가르쳐줄게.


「아직 어리니까 조금 빠르―――」


 엄마가 니코에게 말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아직 눈을 뜨는 것도 서툰 쌍둥이 동생들이, 니코의 주문에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작은 손을 움직이며, 꺄르르 웃었다.

「……앗」


…니코의 가슴이 푸우욱ーー하고… 부드러운 쿠션 사이에 빠지는 것처럼, 기쁘게 고동쳤다.


「…아, 웃었다…… 있지, 엄마… 코코로랑 코코아… 웃었어…!」

「…정말이네… 엄청 환하게 웃고 있어…」


  귀여워서… 사랑스러워서…

꼭 지켜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 동생들을…

 지금처럼, 잔뜩 웃게 해주는 거야. …니코는, 이 아이들의 아이돌이 되는 거야.


그리고 온 일본에, 야자와 니코라는 이름이 퍼지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아빠에게 닿을 테니까.

 부디, 저 멀리 떨어진 하늘까지, 니코니코니-라는, 마법의 주문이 닿을 수 있도록.


 …어떤 휘몰아치는 날씨가 찾아와도,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게 해줄 수 있도록.


 “…자신이 미소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미소로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아이돌이라 부른다고 생각한단다.”

 아빠가 가르쳐주신 단 하나의 신념. 10년이 지난 지금도, 니코의 가슴 속에 확실히 남아있다.



 니코의 꿈은, 슈퍼 아이돌. 깨닫고 보니 18세. …영원의 17세라는 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지금은 아직, 큰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아. 그저 옆에 있는 사람을 웃게 해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언제나 풀죽은 얼굴을 하는 적발의 후배가 있다. 보랏빛 눈동자를 슬프게 뜨면서 말이지.

 뭐가 그리 슬픈지, 이 아이는 언제나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듯이, 하지만 시간만은 신경 써서 책에서 고개를 들 때마다 시계를 본다.


 내버려둘 수 없잖아, 이런 아이.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한 번쯤은 물어봐도 되는데 말야.


 니코는 기다려. …이 아이가, 스스로 그 요령 없는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거를.

그러니까, 처음은 니코부터. …니코의 마음을 알리고, 나를 너에게 알리는 게 먼저.


 ――…언제가 되든 좋으니까, 언젠가 그 마음속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들려줬으면 좋겠어. …있지, 마키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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