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8352471


---------------------------------------------------------------------------------------------




happen across의 작가 みるく★님의 단편입니다


[이전 편 보기]



**


「…――――….」


 고집쟁이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었던 건데, 사랑이 가득 담긴 니코쨩의 과거 이야기였다.

옛날 생각을 한 탓인지, 조금 젖어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니, 가슴이 죄어왔다.


 그녀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상냥한 부모자식간의 인연은, 지금의 나에겐 괴로울 뿐이었다.


「…후훗. 정말, 마키쨩! 무슨 표정을 짓는 거야!」


 몰랐다. 이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아이돌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지.

그 마음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얼마나, 상냥한 마음에서 싹튼 것이었는지를.


「…멋진 가족이네, 부모님 두 분 다 멋지셔」

「그런 건, 마키쨩도 똑같잖아」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나는 전혀 달라. 내 아빠는……――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지 않으니까」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친구 따윈 없었다. 그야, 사는 세계가 달랐으니까. 모두 그렇게 말했으니까.

시험에서 매번 100점을 받을 때마다, 친구들은 기분이 상한 표정이 되어, 자신의 시험지를 구겨버렸다.

진학교였기 때문에, 모두 자신의 성적을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었다.


 나는 눈치 채지 못한 척을 했지만, 그때의 그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다음 시험에 은근슬쩍 답을 다르게 적었다. 그 시험에선 100점을 받지 못했다.

 나는 완벽하지 않아. …완벽하게 될 수 없어.

마음 속 어딘가에서 그렇게 생각하던 나의, 자그마한 의사표시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말했다. 내 시험지를 보고「…나쁜 년」이라고.


들키고 말았다. 내가, 일부러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걸.

 …차곡차곡 쌓아 높게 올린 결과나 성과는,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한 번 올라가면, 그곳에서 내려오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나쁜 자식.


 그런 마음의 갈등도, 아빠나 엄마에겐 말할 수 없었다.

…말하면, 미움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따위 일에 하나하나 반응하지 마라, 라고 들을 것 같았다.




 이 공터에, 아직 놀이기구가 있고, 공원이었던 시절.

 …그때, 아빠와 함께 탔던 시소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눈으로 쫓게 되었다.


하지만, 이젠 그곳엔 아무 것도 없다.… 그저 평지만이 있을 뿐.

  석양도 지고,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니코쨩은, 내가 내 부모님을 싫어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 거야…?」


 나는 나뭇가지를 들었다. 이 딱딱한 모래밭에, 난 무엇을 그리려는 걸까.

내 물음에, 니코쨩은 잠시 가만히 있더니, 조용하게 대답을 했다.


「……음ー. 처음엔, 부모님을 싫다고 하는 녀석들 같은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조금씩 이해가 갈 때가 있어… 사람은, 없는 걸 가지고 떼를 쓰는 존재구나, 하고」

「……떼?」


「남에겐 있는데, 나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사실이 정말 슬프게 느껴져.

 하지만, 아무리 슬퍼해봤자 무엇 하나 바뀌는 건 없으니까, 그게 짜증이 나는 거야」

「……」


「…그렇게 슬픈 일을, 싫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감정을 자기에게 억지로 집어넣어.

 ……니코도 처음엔 동생들이 니코에게서 부모님을 빼앗아 가는 존재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젠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마음 깊이 생각하고 있어」

「……」


「너무 좋아하니까… 싫어하게 되어버리는 일 같은 건, 잔뜩 있잖아」

「……처음부터 싫은 경우도 있는걸」

「…사람은 이유 없이 남을 싫어하게 되지 않아」

「……」

「그러니까, 너도 너 나름대로, 남에겐 이야기할 수 없는 슬픈 일이 있겠지.

 …지금은 그걸로 괜찮지 않아?…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답을 낼 수 있을 테니까」

「……」


니코쨩이 입을 다물고 있던 나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댄다.

내 심장이 쿵! 하고 크게 울렸다.「에!? 잠깐…앗」하고 목소리가 뒤집히며 놀랐다.

하지만, 니코쨩의 입술은 제대로 내 얼굴 옆에서 멈춰 있었다.


 그리고, 작게 후우- 하고 바람을 불어왔다.


간지러워서, 무심코 몸을 떨며, 동시에「무슨 짓이야」라고 말하며 귀를 가렸다.

그랬더니 니코쨩은 재밌는 듯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엄청나게 놀라잖아」라고.

 얼굴이 조금씩 빨개지는 느낌이 들어서, 있는 힘껏 니코쨩의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이번엔 니코쨩이「아퍄아아」라고 하며 곤란한 표정이 되어서, 내 어깨를 툭툭 때렸다.


 …어째서일까…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진정되는 내가 있었다.

 남과 같이 있으면 지칠 뿐이었는데… 니코쨩의 곁은, 왠지 따뜻했다.


「…아야야…… 뭐, 그런 고로, 니코의 인생 계획을 알려줄게」


 내가 뺨에서 손을 떼니, 니코쨩은 자기 뺨을 문지르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내년 이쯤에는 아이돌 데뷔를 해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초 인기 아이돌이 될 거라던가.

「그렇게 간단히 될 리가 없잖아」라고 말하는 내게「시끄럽네, 어디까지나 계획이잖아」라고 즉답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신의 꿈을 즐겁게 이야기하는 그녀가… 부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인생계획이라기 보단, 자기가 하고 싶은 억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것을, 간단히 말해버리고, 게다가 그것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니… 나와는 정반대네.


「…모두 말야, 정말 슬플 때나 힘들 때도, 남들 앞에서는 좀처럼 울기 힘들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 세상의 사람들이, 혼자 숨어서 눈물을 흘려도 외롭지 않도록…

 적어도 겉으로만은, 멋진 미소를 짓고 살아갈 수 있도록, 웃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해. 그게 니코의 아이돌 정신이야」


「……」


 그 말에, 내 심장은 고동쳤다.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나.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따윈, 평소엔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니코쨩의 꿈 이야기는, 왠지 계속 듣고 싶어졌다.

이 사람은 분명, 장래에 대단한 아이돌이 될 거라고…

 그렇게 된다면… 기쁘겠다고 생각해 버렸다.


변함없이 내 옷깃을 잡은 채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니코쨩.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나.

 이상한 일이야. 아이 같은 목소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톤으로 바뀌어 버리다니.


「――그래서, 엄마에게 잔뜩 효도하는 거야」

「……니코쨩이라면, 분명 성공할 거야」


 진심이었다. …내 말에, 니코쨩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지만 다시 미소가 되어서…

나는 순간 놀라 말을 멈췄다. …나 스스로, 남을 응원하는 말을 했다는 것에 놀랐다.


「앗, 바, 방금 건…」

「후후, 고마워. …신기하네, 네겐 뭔가 들려주고 싶게 되어버려. 마키쨩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고 생각하게 돼버려」

「에?」

「니코, 이래 뵈도 별로 예전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니까?」

「……그렇게 재잘재잘 잘도 말했으면서?」


「그래. …그러니까 신기하다는 거야. …딱히 그렇게까지 친하지도 않은데 말이야.

 …니코, 마키쨩을 부럽다고 생각했었을 지도 몰라.

 우린, 분명 정반대라서, 없는 걸 가지려고 떼를 쓰고 있었던 거야. 서로가 서로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분명 그래.

 ……그렇기에 가까워지고 싶었던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결국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그냥 내버려 둬, 눈치가 없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데…」


 도대체 얼마나 자신의 어휘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는 거야, 이 사람.


「그래! 만약 니코가 아이돌이 돼서, 니코를 보면 누구든지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런 존재가 된다면 말야.

 

 …――넓은 방의 구석에서… 혼자 쓸쓸한 표정으로 독서하는 여자아이도…

 가끔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어줄지도 모르잖아?」

「……누굴 말하는 거야」

「글쎄~~~~ 누굴까아~~~~?」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아래에서, 어린 애 같이 장난을 치는 두 살 연상의 선배.

「…으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라며, 갑자기 공터에 눈을 돌리더니, 급히 서두르기 시작했다.

「자, 빨리 돌아가자고, 마키티누!!」…「누구야」


나도 떨떠름하게 몸을 일으켰다. …모래 위에 그려진 그림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니코쨩하고 길이 갈라지는 교차점.


「그럼, 내일 봐!」라며 바람처럼 떠나는, 핑크 색의 뒷모습.


…방금까지 과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거짓말 같았다. 


「…응, 내일…봐」


 하지만 나도, 돌아보지 않는 니코쨩을 향해,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몇 초 후에, 이런 여자아이 같은 짓을 하는 내게 놀라, 부끄러워 왼손으로 오른손을 내려버렸지만.


 …저 사람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나는 어떠려나.

저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걸까… 이런 나의 이야기를… 저 사람은, 들어주는 걸까…



 그날, 내 머릿속은, 니코쨩의〝니코니코니ー”로 가득 차 있었다.

재생하고 싶지 않은데, 자동적으로 재생되고 마는 수수께끼의 중독성… 아아 정말… 머릿속이 시끄러워.


 하지만, 그 아이 같은 목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나를 재워주었다.






 다음날 아침, 현관에서 아빠와 마주쳤다.

…우리들은, 극히 자연스럽게 서로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엄마만이「…다녀오렴」이라 내게 말을 건넨다.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삼켰다.

그 대신「…응」이라고, 매정한 대답만 한 채,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도 나는 수업 중에, 멍하니 밖을 바라본다.

3학년의 체육 수업. …누구 씨의 목소리가, 싫어도 이 1학년 층까지 날아와 내 귀에 닿고 만다.


「…저 작은 몸의 어디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는 걸까」


 중얼거린 말이, 그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학교에 가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

 대부분은 멍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어딘가의 반에서 음악 수업을 하고 있을 때, 가끔씩 들려오는 그 피아노 소리.

그 시간을, 나는 좋아했다.

 턱을 괴고, 귀를 기울이고, 피아노의 소리를 듣는다…――나를 치유해주는 소리.



 하루의 마지막 수업을 마친 나는 계단을 내려왔다.

내 사물함에서 짐을 꺼내고, 다시 교실로 올라가는 짧은 이동거리.



 그때,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짐을 막 들었을 때였다.


「야자와 씨, 요즘 엄청 활기 넘치지ー 왠지 전보다 심해졌을지도」


 쿵쾅.

내 심장이, 한 번, 크게 고동쳤다.

 곁눈질로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니, 3학년이 있었다.

「야자와 씨」라는 단어를, 어째선지 그립다고 느껴버린 건, 내가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말을 똑같이 이곳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드문 일은 아니었다. 나는 몇 번이나 이런 장면을 마주쳤으니까.

그 때마다, 관심 없는 표정으로 나는 그 옆을 지나갔다. …딱히, 아무 느낌도 없었으니까.


「확실히 전보다 더 아이돌 아이돌 거리게 됐네」

「그래도, 걔 별로 노래 못 부르잖아, 솔직히」


딱히 니코쨩이 남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귀가 좋다. …그 이야기가「밝은 톤」인지「어두운 톤」인지, 곧바로 판단할 수 있다.

정답은 후자. 덤으로, 왠지 싫어하는 톤이었다. …귀를 막고 싶어졌다.


 3학년의 그런 이야기를 들어버려서, 무심코 나는 사물함 뒤에 숨었다.


「……」


 …그런데, 딱히 내가 숨을 이유 같은 건 없잖아… 뭐하는 걸까, 난.


「뭐, 친구라도 생겨서 그렇게 유정천인 거 아냐?」

「아-, 1학년 때는 쩔었지. 맨날 혼자였으니까, 그 사람」

「어차피 요즘 좀 유행이라고 따라하는 거잖아, 아이돌 같은 건」


「……」


 “신기하네, 네겐 뭔가 들려주고 싶게 되어버려”

 니코쨩이 어째서 아이돌을 목표로 하게 되었는지. 나는 알고 있어.


 그녀가 자아내는, 따뜻한 마음을, 나는 알고 있어.


  …쓸데없이 넓은 내 방 가운데서,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던 날들. 분하다고 느끼던 날들.

 하지만, 그건 분명 나뿐만이 아닐지도 몰라.

 분명 이 세계 어딘가에서 같은 생각을 떠안고 있는 사람은 잔뜩 있을 거야.

그 눈물 자국을 언제까지 숨기고 걸어가는지, 스스로의 팔로 닦아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지는, 자신에게 달려있어.


 …나는 사물함 뒤에서 나왔다. 오늘도 다시, 관심 없는 표정으로 이곳을 지나간다.

3학년들도, 내 존재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니코쨩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니코쨩하고는 다르게, 에리와 노조미처럼, 어른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2년 위의 선배.


 「야자와 씨 같은 사람, 언제나 하다 도중에 던져버리지, 꿈이라던가 말하고 말야」


 『그래! 만약 니코가 아이돌이 돼서, 니코를 보면 누구든지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런 존재가 된다면 말야.

 

 …――넓은 방의 구석에서… 혼자 쓸쓸한 표정으로 독서하는 여자아이도…

 가끔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어줄지도 모르잖아?』


 내 발걸음이, 탁 하고 멈췄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몸을 돌려, 그 3학년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보다 조금 큰 키에, 저쪽은 3인조. 조금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된 걸까, 난. 1학년 교실로 가는 계단은 저쪽인데, 어째서 여기에 와버린 거야.


「…잠깐…」나는 그 3인조의 가운데로 걸어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멈춰 서 돌아보는 그 사람에, 내 심장은 쿵쿵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내 감정을, 내 의사로, 남에게 부딪혔다.


「……너희들이, 니코쨩의 뭘 안다는 거야…」


 목소리가 작아. 좀 더 크게. …좀 더, 좀 더.


「읏… 그 사람은 너네들보다 훨씬 대단하고 따뜻한 사람이야… 멋대로 말하지 마…!」


 아아, 한심하네 나. 말 처음에만 악센트를 붙이고, 그 다음은 피아니시모로 점점 작아지다니.

…최대한 귀찮은 건 피하고 싶은데. …어째서, 이런 말을 해버린 걸까.



 ――…정말, 내게 맞지 않는 짓을 하는 나.

손이 떨리는 건, 싸움 앞의 긴장인지, 그저 떨고 있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어.


이 사람들이 실실 웃으며 말하는 날들 속에서, 얼마나 그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마음대로니까, 그런 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어. 혼자 생각하면 돼.

아니면 각자의 집이라든지, 아무도 모르는 비밀기지라든지.


 …니코쨩이, 들을 수 없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말해도 상관없어.

 안티가 없는 아이돌처럼, 온 세계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고등학생 같은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어디서 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런 학교 안에서…

 그 사람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건… 바보 취급하는 건 용서 못해.


니코쨩을 바보 취급해도 괜찮은 건, 나뿐. 니코쨩의 마음을 아는 나뿐이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내 앞에 보이는 데서, 니코쨩을 그런 식으로 비웃는 건 용서할 수 없어.


 …무겁지만, 그 사람의 꿈에 내 꿈도 함께 걸고 말았다.


내가 이뤄낼 수 없는 대신, 부디 니코쨩이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고 말았다.

…그 사람이, 꿈을 이뤄낸다면, 왠지 나도 구원받게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


내 날카로운 시선에, 돌아본 것은, 놀란 세 개의 얼굴.

…아마도「뭐야 얘는」이라고 생각하겠지. 나는 순간 부끄러워져서.


「어… 어, 쨌든… 니코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나쁘게 말하지 마…!

 그런 말을 할 시간이 있으면 수험 공부나 더 하란 말이야!!

 1학년이라고 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샨이니꺄!!」



  니시키노 마키, 16세, 혀가 꼬였습니다.



눈은 깔았지만, 말만은 강하게 했다.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깨물었다. 나, 엄청 꼴불견이야…

그리고 휙 방향을 바꿔,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를 벗어났다.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멋없네…


「읏… 하아…!」


1학년 교실로 향하는 계단을 뛰어올라가, 나는 복도 벽에 등을 기댔다.

두근두근 심장이 울렸고, 숨쉬기가 힘들어서, 몇 번이나 숨을 토하고, 들이마셨다.



「…뭐야 이 느낌은…」


니코쨩이 바보 취급 받은 게 분했다, 라니… 절대 본인에겐 말하고 싶지 않다.

…어서 가라앉으란 말야, 내 심장. 쿵 쿵 하고, 시끄럽네.

 …나는 교복 너머로 내 왼쪽 가슴을 꽈악 쥐었다. …지금까지 니코쨩의 험담을 들어도, 듣지 않은 척을 했었다.

나하곤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다. 뒤에서 뭐라고 한들,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니코쨩의 험담을 들으면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뭐야 이게, 의미를 모르겠어.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어. …최근 들어 가장, 속이 시원해졌던 일이야.

 나도, 그런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구나. …제대로, 말할 수 있었잖아, 내 마음을.




 그날 하굣길에도, 역시 니코쨩은 내 곁에 있었다.

이래저래 일과가 되어 있는, 「공터」에 들렀다 가는 길. …확실히 오늘은, 아빠가 빨리 들어오는 날이었지.


 평소처럼 나뭇가지를 찾아서, 자기 것과, 내가 쓸「펜」을 찾는다.

손에 딱 맞는 막대기를 쥔 우리들은, 또 모래 위에 적당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오늘의 니코쨩은, 어째선지 콧노래까지 부르고,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뭐야」라고 내가 말하니「헤헹ー」이라며, 또 의미 불명인 웃음을 띠었다.



「마키쨩, 오늘, 사물함 쪽 복도에서 3학년들한테 싸움 걸었지」


 니코쨩의 말에, 움찔 하고 몸이 튀어 올랐다.

딱히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말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렇, 달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거긴 학교고, 게다가 3학년 교실 바로 옆이니까, 거기에 니코쨩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나도, 니코쨩이 그 대화를 듣기라도 한다면… 이라고 생각해서, 그 3학년들에게 화가 났던 거니까.


「…보… 보고 있었어…?」

「보고 있었달까, 들렸다고 할까… 뭐, 보고 있었어」


강아지풀을 오른손에 들고, 살랑살랑~이라 말하며, 방긋 웃는 니코쨩。

 …분명히 『그 녀석들, 짜증난다고ー』같은 말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늘은 그 미소에, 살짝 화가 나는 내가 있었다. …그야, 아무리 생각해도 웃을 장면이 아니니까.


뭘 그렇게 실실대는 건데. …보고 있었으면, 그 이야기가 어떤 건지는 이해했을 거 아냐?

 …니코쨩, 바보 취급 받고 있었다구…? 설마 3학년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은 건 아니겠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뭐가?」


「…그 사람들, 니코쨩하고 같은 학년이잖아. 바보 취급하고 있었잖아. 분하지도 않아?」

「니코의 귀여움에 질투하는 거잖아. 그런 거에 하나하나 신경 못 쓴다고」


 거짓말쟁이. 사실은 상처받은 주제에.

나는 나뭇가지를 쥐었다. 사각사각, 그때처럼 모래를 긁어, 적당히 몇 개의 화난 마크를 그려갔다.

 손이 멋대로, 지금의 마음을 그려버리니까, 어쩔 수가 없다.


「…니코쨩, 센 척은 그만두는 게 어때?」

「센 척이 아니라니까… 그리고, 왠지 기쁨 쪽이 이겨버렸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아? 뭘 욕먹고 기뻐하는 거야, 변태」


「아니야, 둔하네」

「……둔하다니, 니코쨩에게 듣고 싶진 않거든. 보통 짜증나잖아, 그런 건」


 니코쨩은 좀 더, 그런 거에 과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달려들어「시끄럽다고, 자식들아!」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맥이 빠진다. 그런데도, 역시 이 사람은 기뻐 보인다.

 꾹꾹 느슨해진 볼을 누르기나 하고. 뭐야, 할 말이 있으면 하란 말이야.


나는 곁눈질을 하며 니코쨩을 째려보았다.


「…그야ー, 마키쨩이 감싸줬고, 목소리는 떨렸지만, 제대로 말해줬잖아」

「……헷?」


 목소리가 뒤집혀서, 바보 같은 소리가 나왔다. 날카로운 내 눈매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둥그런 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이상한 침묵이 이어졌다.


이 사람이 기쁜 듯이 웃는 이유는, 내가 그 3학년들에게 말다툼을 걸었기 때문인 거야…?뭐, 뭐야 그게, 의미를 모르겠어…읏.


이렇게 되니, 끊어버릴 타이밍도 놓쳐버려서, 나는 허리를 구부려 무릎 사이에 입술을 묻어버렸다.

니코쨩이 그걸 보고 「뭐야 뭐야?」라면서 재미있는 듯이 내 볼을 쿡쿡 찔러온다.

 들고 있는 강아지풀로, 내 코끝을 간지럽혀왔다.


「…그… 그만 둬…」

「혹시 마키쨩, 부끄러워? 부끄러워졌어?」

「전혀 부끄럽지……!」


 나는 니코쨩의 얼굴을 보았다. …――어쩔 수 없잖아.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말하러 가고 있었단 말야.

…이렇게 웃고 있는 니코쨩이, 슬픈 표정을 한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구.


 …그런 별것 아닌 이유로, 내 발과 입은 움직여버렸단 말이야.


…나는, 나뭇가지를 들었다. 내가 모래 위에 그린 것은, 인형이 잔뜩 그려진 그림.

이전에, 니코쨩이 그렸던 것처럼… 내가 지워버리고 말았던 인형들의 그림을, 이번에는 내가 그렸다.

나란히 그렸다. 나와 언제나 이렇게 곁에 있어주는 동료들을, 바라는 것처럼.


 …당신의 곁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

…어째선지, 예전의 광경이 떠올라. …예전, 단 한번 아빠와 놀러갔던 그날의 기억이.

 …먼 옛날 어느 날에, 나는… 아빠의 목마를 타고 여기까지 왔어.


 그때는, 아직 시소와 그네가 있었지.


시소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로썬 아빠를 들어 올릴 수 없어서…

 그래서, 내 발이, 땅에 척 닿았을 때, 왠지 기뻤어.

내가 아빠를 들어 올렸다는 것. 제대로 이 발바닥으로 지면의 감촉을 느꼈다는 것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빠가 일부러 몸을 띄웠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그게 아빠의 따뜻함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정말 기뻐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 아빠는 웃고 계셨다.

…예전에는 몰랐던 것이나 눈치 채지 못했던 것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알게 되어간다.


 어째서, 이제야 기억이 나는 걸까… 그 날의 기억들이.


 처음으로 니코쨩하고 여기에 왔을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런 예전 이야기 같은 건.


 …――인간은, 그렇게 되어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도, 더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을 때는, 더 깊은 답을 얻을 수 있는 걸까.

 


 계절이 바뀌어가는 길목에서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에 이끌리듯이… 팔이 떠오르는 것처럼, 곁에 있는 그녀에게, 무심코 손을 뻗어버렸다.


 이 가슴에 남아 있는 답답함을 어떻게든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교복 옷자락을, 잡고 말았다… 꼬옥, 떨리는 손으로.


 「…있지, 니코쨩」


  ――…이번엔, 내가 내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에게라면,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없는 것에 떼쓰는 사람의 시시한 소리를, 웃으며 들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잃어버렸던 내 꿈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여기서부터 다시, 새로운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줘…」




**


[다음 편 보기]

댓글